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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불황의 파도가 다가온다

host 2019.06.13 15:57 Views :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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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튼 굴스비 박사는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굴스비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불황이 언제 들이닥칠 지 절대 모른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이 민주당의 반발을 사고 정부 기능이 셧다운 됐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행정부의 인식은 천하태평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예산안은 메디케어와 푸드스탬프 지출은 줄이고 국방과 남쪽 국경의 장벽 건설 비용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비난하고 있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올해 안에 또 다시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정부는 곧 언제든 들이닥칠 경기 침체에 대해서는 걱정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은 현재 상태를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상황’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은 매년 약3%에 이르고 심지어 올해와 내년에는 그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일자리 증가율은 GDP 성장율을 밑돌았다. 지난해 2분기 GDP 성장율은 4%를 넘었지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애틀랜타 지점은 올해 2분기 성장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데이터를 갖고 연준이 금리 인상 고삐를 자제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유효하다. 중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판에, 과연 불경기를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20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규모를 탈선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을 돌이켜 보면 미국 경제가 주는 교훈이 있다. 불황은 결코 예측 가능한 큰 사건을 통해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예상도 못한 일이 경제 침체를 촉발하고 비즈니스와 소비자들을 얼게 만든다. 과거에도 무역전쟁이나 연방정부 셧다운 같은 일들이 패닉을 일으켰었다.
행정부의 생각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무역전쟁에서 판세 전체를 바꿀 ‘한방’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무역전쟁이 벌어진다 해도 미국은 그리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한데다 대중국 수출 물량은 전체에서 10분의1도 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를 따져 보면,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으로 무역전쟁에 돌입해 무역 거래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해도 미국의 GDP가 직접적으로 받는 영향은 1%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똑 같은 셈법이 연방정부 셧다운에도 적용된다. 지난 1월에 끝난 셧다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연간 경제성장율을 주간 단위로 계산했을 때 겨우 0.1%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80만 명의 연방정부 공무원은 전체 고용 시장에서 1% 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연방정부 수주 업체를 포함한다 해도 미국 GDP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는 주장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너무 단순한 것이다. 작은 부분이 거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난 2001년을 보자. 인터넷 버블로 인해 시작한 2001년 불경기는 그나마 ‘정상적’ 수준이었다. 이후 2007년에 일어난 침체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크고 길었다.
2001년 당시 인터넷이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2% 정도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이나 연방정부 셧다운에 적용하는 셈법대로라면 2001년 인터넷 업계의 소위 ‘닷컴 버블’로 인한 불황도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인너텟 업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놀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추락했고 업계는 신규 투자를 멈췄다. 그리고 불황은 진앙지를 넘어서 순식간에 확산됐다.
바로 이런 식으로 지난 40년 간 발생한 모든 불황은 소비자 신뢰의 급격한 하락 같은 ‘공포의 신호’와 함께 닥쳐 왔다. 소비자 신뢰가 떨어진다고 해서 꼭 불황이 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불황은 소비자 신뢰 추락으로 시작한다.
지난 40년 사이에 소비자 신뢰가 가장 크게 급락한 게 바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은행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때였다. ‘닷컴 버블’ 붕괴도 불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의 기능 마비야말로 불경기의 극적인 요인이다. 불황에 꼭 필요한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1년 재정적자 위기나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 사례가 여기에 포함된다.
지난 1월까지 이어진 최근의 셧다운도 다르지 않다.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기 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3년만에 가장 크게 추락했다. 더구나 기업 경영인 사이의 경기 신뢰도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곧장 불경기를 부르지는 않더라도 좋아하기에는 이르다.
비록 인력시장에서 연방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더라도 다시 셧다운이 벌어진다면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대중국 수출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도, 중국과 무역전쟁이 불황의 불씨를 점화할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은 지출을 줄이게 되고, 사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수개월간 GDP 성장율이 회복되면서 고용 지표가 크게 향상되길 기대해 보자. 잘 되면 좋지만,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상황이 좋아 보이면 소비자 신뢰가 과열되고 경제정책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공포 지수가 확산되면 불경기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까지 불황이 스며드는 걸 모를 것이다.
불경기가 시작되는 건 알아채기 힘들다. 예를 들어, 지난 2001년에도 경제 전문가 중의 겨우 7%만 불황이 발밑에 왔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불황이 시작된 후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16%는 다음해에 불경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을 정도다. 지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학자의 25%가 내년 안에 불경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주한국일보 <Sam Kalda /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