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후회는 없다. “덕분에 회사가 버틸 힘을 얻었습니다. 불경기의 충격을 줄일 힘을 강화시킬 수 있었고 회사의 주요 스탭들을 잃지 않았어요.”
수집용 투자 자산에는 부동산, 주식과 채권, 금이나 예술품, 고급 자동차 만 있는 게 아니다. 와인, 위스키, 동전,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 등이 망라된다. 하다 못해 라이터, 벨트 버클부터 물론 죽은 사람의 말린 머리까지 거래된다.
물론 이런 수집품을 모으는 데는 많은 돈과 시간이 요구된다. 합법적인 거래인가 하는 문제는 거래되는 시장에 달렸다. 거래 품목에 따라 이베이 같은 온라인 시장에서만 팔거나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초고가 예술품처럼 품위있게 거래되기도 한다.
시장이 항상 좋은 날만 이어지는 것도 물론 아니다. 어떤 때는 희귀품을 손에 넣으려는 수집가들이 몰려면서 가격이 치솟기도 하고, 그러다가 값이 곤두박질 치기도 한다.
불경기 시즌에 이런 수집품 투자가 얼마나 성공을 거두냐는 수요와 공급 뿐만 아니라 유행과 인기도에 크게 좌우된다.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 물품의 기원이 어디인지, 심지어 거래되는 타이밍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최상위 품질은 무엇보다도 이런 소장품의 가치를 크게 올려 주는 핵심 요소이다. 예를 들어, 버건디 와인의 가격은 지난 5년 사이에 105%나 급등했다. 고급 와인 1,000종의 평균 상승율 42%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위스키도 금융위기로 인한 불경기 이후 재미를 본 소장품 가운데 하나다. 톱 브랜드인 스코틀랜드산 싱글 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경우 60년 산 한 병이 지난해 경매에서 110만 달러에 매각됐다. 지난 1986년만 해도 2만7,000달러에 거래되던 위스키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맥캘란 위스키는 최고급 하이엔드 위스키다. 자동차로 치면 페라리 스포츠카와 비슷하다. 페라리처럼 맥캘란도 양조업체가 성공적으로 마케팅하고 관리한 결과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다.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도 절대 무시못할 투자 대상이다. 미식축구팀 뉴잉글랜드 페이트리엇 쿼터백 탐 브래디가 신인 시절이던 2000년 시즌 발매된 그의 트레이딩 카드가 바로 지난달 말 40만1,000달러에 거래됐다. 미식축구 트레이딩 카드로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역시 탐 브래디 선수를 담은 카드가 25만달러에 팔린 적이 있다.
하지만 트레이딩 카드의 선두 주자는 뭐니뭐니 해도 야구카드일 것이다. 1909년도 T206 호누스 와그너 야구카드는 무려 280만 달러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카드 상위 500종의 가격 상승폭은 2008년 1월 이후 현재 165%가 상승한 상태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S&P 500 다우지수 상승율 71%를 두 배 이상 뛰어 넘는 수준이다.
플로리다 주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닉 피오렐라는 브래디 선수의 미식축구 카드 뿐 아니라 1952년도 탑스 미키 맨틀의 야구카드를 경매를 통해 45만 달러에 구입했다. 그는 트레이딩 카드 만한 장기 투자처가 따로 없다고 주장한다. 단기 이익을 위해서는 비교적 최근 발행한 카드를 수집하면서 나름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한 프로 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팀의 로널드 애쿠나 주니어 선수의 카드 세트를 5만 달러에 구입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섯 배는 받고 팔 수 있죠. 하지만 로널드 선수가 이번 봄 스프링 캠프에서 다리라도 부러져 다시는 선수 생활을 못하게 되면 5만 달러를 날리는 겁니다.”
다른 수집품도 마찬가지다. 단종된 위스키가 가격이 치솟는 경우가 있다. 공급이 줄면 수요가 느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우선 위스키 자체가 최상급에 속하지 못한다거나, 위스키를 숙성하는 캐스크 통의 문제 등이 생기면 값은 폭락할 수도 있다.
이런 수집품들이 훌륭한 투자 대상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수집품이 투자 대상이 되는 건 물론 아니다. 지난해 19캐러트 핑크 다이아몬드가 5,000만 달러에 거래된 적이 있다. 경매 사상 최고가로 매매된 보석이다. 또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가 소유했던 진주는 두 번째로 높은 3,600만 달러에 팔렸다.
그러나 필립스 경매회사의 미국 법인에서 보석 부문 책임자를 맡고 있는 수잔 아벨레스는 “보석은 투자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어떤 패션이 유행하는 가에 따라 시장이 너무 출렁거린다는 것이다. “냉정한 판단 하에 구입하도록 고객을 인도해야 합니다.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보장 못하거든요.” 보석 경매가는 인기나 명성이 직접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돈을 더 올려받으려는 사람들은 경매 대신 개인적인 루트를 통해 보석을 팔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이라처럼 바짝 말린 사람의 머리도 수집품으로 거래된다. 현재 가장 비싼 것은 1,300만 달러를 홋가한다. 희귀한 건 알겠는데 정말 이런 게 그런 값어치가 있을까?
바로 문제의 말린 머리가 보험에 가입된 AIG 보험회사에서 개인투자 부문 국제 책임자로 일하는 로널드 피아마는 희귀성을 강조한다. “가치를 판정하는 게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이제는 더 나올 수 없는 수집품이란 점에서 아주 희귀한 것이죠.” 이런 것도 거래가 이뤄질까? 바이어를 찾기에 달렸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말린 머리가 됐든, 1,000병에 달하는 최상급 와인이든, 트레이딩 카드 뭉텅이가 됐든, 항상 살 사람이 줄을 서는 건 아니다. 벤틀리 미커는 한때 그가 소장한 와인 가치가 100만 달러에 달했지만 막상 팔기 시작하려니 40만 달러로 쪼그러들었다고 밝혔다. 이때 경험으로 인해 그는 와인 투자에 입맛을 잃었다. 지금은 그저 남은 와인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닉 피오넬라는 다르다. 불경기가 자신의 비즈니스에 불어닥치면 매각할 자산으로 본다. 포트폴리오 가운데 어떤 카드는 가격이 반등할 때를 위해 끝까지 소장할 작정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의 전설은 변하지 않아요. 다른 선수의 카드야 넘치지만요.”
미주한국일보 유정원 기자
<사진설명>
에딘버그 보함스 경매시장에서 1926년산 맥캘란 위스키가 지난해 110만달러에 거래됐다. Andy Buchanan / Getty Image / The New York Times
에딘버그 보함스 경매시장에서 1926년산 맥캘란 위스키가 지난해 110만달러에 거래됐다. Andy Buchanan / Getty Image /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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