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사로 일했던 린다 페이예는 올해 75세다. 그녀의 어머니 예타 메이슬은 99세다. 노모를 목욕시키고, 먹이고, 약을 챙기고, 도우미 스케줄을 조정하고,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바깥 공기를 씌우는 일로 그녀는 하루를 다 보낸다.
“좀 묘한 것은요, 어머니가 이렇게 오래 살 지는 우리 모두 몰랐다는 점이에요. 어머니는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었거든요. 위장병으로 고생했고 관절염도 있어요. 걷기도 힘들고 약간의 인지 장애도 있죠. 그런데 지금 엄마는 아주 훌륭하게 견디고 있어요.”
페이예와 그녀의 어머니 같은 케이스는 이제 점점 흔해지고 있다. 60대나 70대 자녀가 90대 이상의 노부모를 돌보며 은퇴 생활을 보내는 상황이 늘어가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나이 든 자식과 부모가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고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대학교의 캐더린 보너 노인학 교수는 설명한다.
“60대말과 70대초 연령대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보통 이런저런 책임에서 손을 뗄 인생의 시기라고 생각하죠. 그 나이에 부모가 생존해 있다는 게 좋은 선물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정말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페이예의 경우 그녀의 은퇴 후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어머니가 장수하면서 재정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무남독녀인 그녀는 지난 2001년 뉴욕주 로체스터에 사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앰허스트로 모셔 왔다. 처음에는 집을 늘려 그곳에 부모님을 모실 작정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근처의 3베드룸 콘도로 이사했다. 그녀와 올해 77세 된 남편은 늘린 공간을 여행객을 위한 B&B 숙소로 활용했다.
“재미있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그러다 5년 전 아버지가 사망했다. B&B를 운영하고 있기는 했지만, 어머니를 하루 종일 돌보면서 아버지가 남긴 25만 달러 장도의 유산도 몇년 이 지나면서 다 써버렸다. 재정 전문가의 조언에따라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정원이 달린 집과 그녀의 스튜디오를 부동산 매물로 내놓았다. 당연히 B&B는 문을 닫았다. 부부는 부모가 살던 콘도로 들어갔고, 어머니는 같은 아파트의 1베드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출 규모를 낮추기 위해 페이예는 도우미 사용 시간을 줄였다. 일주일에 사흘은 그녀가 어머니를 돌본다. 어머니의 소셜연금과 주정부 지원금으로는 어머니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가 받는 연금에서 매달 1,000달러 정도를 쓰고 있다.
어머니는 본인의 이름으로 소유한 특별한 자산이 없어서, 너싱홈에 들어가면 비용을 메디케어가 커버해 준다. “어머니에게 ‘너싱홈에 가세요’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책임감이 힘들기는 하지만, 항상 딸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유머 감각을 잃지않는 어머니가 곁에 있다는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너 교수는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65세 이상 자녀를 둔 90세 이상 노부모 120명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부모를 섬기는 나이 든 자녀의 대부분은 딸인데, 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챙기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몸에도 문제가 생기며 사회적 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재정적인 어려움까지 가중될 수 있다. “부모가 자산을 전부 소진하고 나면, 자녀가 본인의 은퇴를 위해 준비한 자산을 쓰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가 가깝고 사랑이 많더라고 상황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년 전에 부모와 자식 관계가 나빠졌을 경우, 특히 자녀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어요. 오래 된 감정이 부풀어 오르면서 부모를 돌보는 일이 고통이 되는 거지요.”
노인이 돼서도 부모를 돌본 사람들은 부모가 죽은 뒤에도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딸이 어머니를 돌볼 경우 돌보지 않는 딸보다 우울증이나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인 아들인 경우에는 부모를 돌보지 않는 아들보다 심장에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질병은 부모가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이다. 듀크대학교 약대의 코트니 해롤드 밴 후트밴 교수는 “일단 이런 증상들은 한번 걸리면 없애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60대나 70대 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노부모를 봉양하는 경우 수시로 쉼을 가져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병원에 가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사회활동을 활발히 가지며 대인관계도 적극 개발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애완견을 키우거나 달리기, 필라테 등의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여가 시간을 가지려면 재정적 여유가 필요하다. 도우미를 불러 일정 시간을 맡겨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데이케어나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활용하려면 역시 돈이 든다. 메디케어가 지원을 하기는 하지만 개인의 사정에 따라 제한적이고 거주하는 주마다 상황이 달라진다.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에 사는 스티븐 스타니스는 노인 재정전문가다. 노인성 질환 케어 관리(geriatric care management) 사이트가 다양한 지원 비용을 계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재정전문가는 노인 부모를 돌보는 나이 든 자녀에게 가능한 무엇인지를 조언해 준다.
직접적으로 부모 부양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노부모를 돌보다 보면 이래저래 돈이 들어간다. 특히 딸인 경우 계획보다 은퇴를 앞당거기나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부모를 돌보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그 만큼 재정적인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나면 어느 정도까지 부모를 지원하면서 어떻게 돈을 지출해야 할 지 좀 더 잘 알게 됩니다. 한결 편안해지는 거지요. 가령 일주일에 하루는 데이케어를 받는다던가 하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은퇴 자금이 고갈되고 있는 사람이라면 메디케어를 받는 너싱홈으로 부모를 보내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아주 어렵지요“
70세 된 마가렛 윌리츠와 72세의 주디 플라멘바움 자매는 100세 된 어머니 프란시스 실버스타인을 돌보고 있다. 세 사람은 매사추세츠 주 브룩클린에서 2베드룸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다. 둘째 딸 마가렛은 간호사로 일하다 어머니가 거동을 제대로 못하게 되자 아예 노모가 있는 너싱홈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뉴욕 퀸즈의 대학에서 일하던 큰딸 주디도 합류했다. 몇달 뒤 너싱홈이 문을 닫자 두 사람은 새 풀타임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노모를 돌보느라 시간이 모자르자 마가렛은 파트타임으로 시간을 줄이고 은퇴를 2년 앞당겼다.
두 딸은 도우미가 오는 시간이면 외출해서 외식을 즐기고 친구들도 만난다. 다행히 일주일의 6일간 하루에 6시간씩 도우미가 오고 비용은 메디케어가 커버한다. 어머니의 상태가 더 나빠지면 너싱홈에 입원시킬 계획이다. 두 사람은 자기네 자녀들이 자신을 돌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우리처럼 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 그냥 너싱홈에 넣으라고 할거에요.”
어머니 실버스타인은 지금도 CNN뉴스를 시청하고 오디오 북으로 독서를 즐긴다. 어머니는 말한다. “내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나서 아이들 생활이 힘들어졌어요. 그렇지만 나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내 딸들은 모든 면에서 아주 최고에요.”
<사진설명>
린다 페이예(오른쪽)는 75세 나이에 99세 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Cody O'Loughlin for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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