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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CIA, FBI, 의회 '워싱턴'을 휘잡다

조회 수 74 추천 수 0 2019.07.03 19: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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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1.jpg


김동진 관장의 도장 ‘수도관’은 워싱턴DC에서 쉐비체이스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메트로 역 주변으로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간다. 워싱턴 대성당도 멀지 않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급 주택이 즐비하다. 영국 대사관이나 부통령 관저가 자리잡은 이른바 ‘대사관 거리’인 매사추세츠 거리도 가깝다. 그야말로 주류사회의 한복판에 들어 서 있다.

도장 문 옆에는 한자로 수도관이라는 큼지막한 문패가 달려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도장 안으로 발을 디디면 사방 벽이 사진과 상장, 증명서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진 속에서 깔끔한 예복을 차려 입은 장교들이 김 관장을 에워싸고 웃음을 짓고 있다. 육해공군이 망라돼 있다. 경찰 특공대(SWAT)가 에워 싼 사진도 있고, 미 공수특전단 부대원 가운데 흰 도복을 입은 김 관장이 서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주류 정치계의 내로라 하는 정치인들과 고위 정부 관리들이 즐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방 의회에서 활약하는 인사들도 있고 행정부내 최고위직에 근무하던 사람들도 반갑게 김 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모두 김 관장과 제자들의 사진이다. 그는 현재 연방 하원에서 무술을 지도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가 하원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인사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곳곳에서 ‘마스터 김’에게 경의를 표하는 제자들을 만난다. 그 중에는 한국말로 인사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도장을 찾는 사람 중에는 부통령 비서실장 출신도 있고 상원의원을 지낸 인물도 있다.  상원에서 예산 업무를 총괄하는 공무원도 김 관장에게 수년간 무술을 배우고 있는 애제자다.
김 관장은 그야말로 연방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한인이다. 하원의 유일한 무술 사범이기도 하지만 그가 합기도와 검도 등을 가르치는 연방정부 부처는 하나 둘이 아니다. 
국방대학원에서는 육해공군은 물론 FBI, CIA, 백악관 비밀경호대,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들이 그의 지도를 받고 있다.국방부 장관의 경호를 담당하는 CID수사대 경호팀도 8개월씩 집중 훈련을 받는다. 
노동부 등 다른 행정부서에서도 매주 무술을 가르치고 있다. 해안 경비대와 메릴랜드주립대에서도 도장을 열었지만 시간이 모자라 제자가 맡았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군, 경찰에 관심도 많았고 한국에서도 고등학생 시절부터 선생님을 따라 경찰국과 교도소에서 무술을 지도했습니다. 무도에 입문한 게 여덟 살 때인데 합기도와 당수도로 시작해 검도에 빠졌죠 “
한국 최고의 검도 선생이던 도호문 선생의 유일한 조교가 바로 그다. 부산에서 도장을 열었던 도 선생은 일본에서도 “한국 검도는 몰라도 도호문은 안다”고 인정할 정도의 대가로 인정 받았다. 그가 생전에 김 관장에게 직접 써준 조교 임명장이 한때 인터넷에서 친필 논쟁이 붙기도 했다. “도 선생 같은 분이 조교 임명장까지 써 준 적이 있을 리 없다”는 의심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자 대를 이어 부산 대원장 관장을 맡은 도 선생의 손자가 나서 김 관장이 받은 임명장이 사실이라고 증명했다.
“일본에 건너가 도쿄 경시청 사범이 지도하는 도장에서 검도 7단을 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죠. 귀국을 해야 하나,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자고 결심했어요.”
무작정 뉴질랜드로 가서 검도협회를 찾았다. 학생 수준이던 뉴질랜드 검도인들은 그를 ‘선생’으로 극진하게 모셨다. 하지만 그곳에 머물기에는 답답했다. 이 때 인근 피지에서 쿠데타가 터지고 새 정권이 피지군 무술 사범을 구한다는 소식이 귀에 들어왔다. 이게 그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였다. 
“처음 무술 시범을 보일 때는 속으로 많이 떨었어요. 건장한 공수부대원들이 수백 명이나 도열해 있는데 조그만 동양인을 보고 깔보는 눈길이 역력했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싶어 한 사람씩 나오라고 해서 차례로 넘어뜨렸습니다. 일생일대의 대결을 벌인 셈이죠.”
혈혈단신 피지로 진출한 그는 얼마 안돼 대통령과 총리의 각별한 총애를 받아 정식 대위로 임명됐다. 나중에는 소령까지 올랐다. 그 당시에는 대령이 총리로 나가고 중령은 장관으로 진출하던 시절이었다. 차관급에 오른 셈이다.
“집권 세력의 핵심에 들어가니 할 일도 많고 못할 게 없는 것 같았어요. 대사관, 원양어선 회사, 선교사님들도 문제가 생기면 저를 찾았죠. 기꺼이 저도 도왔고요.”
김 관장은 UN평화유지군에 군대를 파병한 피지군을 지휘하면서 레바논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중동 땅 레바논에서 한국인이 피지군으로 UN평화유지군 활동을 벌인 것이다. 그의 여정 가운데 가장 독특한 개성이 묻어 나오는 부분이다.
인생의 젊은 날, 한참 잘 나가던 그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다가왔다.  
“아내를 만난 게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피지에서 가정을 꾸리게 됐고 비로소 진정한 신앙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죠. 미국에 오게 된 것도 아내의 간곡한 권유와 격려의 덕분이었어요.”
그의 부인 김한나 씨는 LA에 살다 결혼했고 친정 부모도 미국에 있었다. 김 관장은 또 다른 세계인 미국을 본 것이다. 그리고 도전 의욕이 불타올랐다.
워싱턴DC에 도전하기 이전 그는 유타주 솔트레이크 경찰국 SWAT팀과 19공수 특전단에서 특공 무술을 가르치면서 자리를 잡았다. 지역 주류언론에 소개되는 나름 지역의 유명 인사였다. 하지만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두드려야 할 세계가 있는 것 같았다. 
“워싱턴DC는 세계의 중심입니다. 이곳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끈질기게 도전했습니다. 더구나 하나님을 믿고 난 다음에는 기도를 할 수 있으니까 두려울 게 없어졌어요.”
김 관장은 레이건 국제공항 경찰국에서 무술 지도를 맡으면서 워싱턴 주류사회의 길을 처음 뚫었다. 혼자 사무실을 찾아가 그 동안의 이력과 사진, 보도자료 등을 보여주며 설득하고, 시범을 보이며 개척했다. 지금도 그는 똑 같은 방식으로 연방정부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면 하나씩 문이 열린다.
“처음 미국에 발을 디딘 LA나 그 다음에 살던 유타에서도 다들 ‘도장 차려서 애들 가르치며 돈 버는 게 낫다’고 충고했죠. 그렇지만 전 나름의 꿈이 있었어요.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건 아니니까요.”
부산을 떠나 일본, 뉴질랜드, 피지, 폴리네시아를 거쳐 미국에 오고 LA, 솔트레이크를 돌아 워싱턴DC에서 최고위층 주류사회를 파고 들기까지 김 관장은 참으로 독특한 길을 걸어왔다.
“돈을 버는 일은 결코 아니에요. 돈 벌려면 아이들을 더 모을 수 있고 많은 관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야죠. 연방정부나 의회에서 무술을 가르친다는 건 명예이고 자부심입니다. 제자가 장관도 되고 의원 되고 장군도 되는 게 보람인 거죠.”
김 관장의 무술 인생은 올해로 48년째를 맞았다. 검도 7단, 합기도 9단, 당수도 5단에 유술 8단. 모두 합해서 29단이다.
“괜한 짓을 한다고 볼 수도 있고 무능력하게 보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전 내 길을 갈 겁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쓰실 계획이 있으실 거에요. 저는 그저 끝까지 무술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김 관장과 부인은 국방대학원에 무술 사범으로 들어가기까지 2년 동안 기도에 매달렸다. 하원에서도 3년에 걸쳐 공을 들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 성을 돌던 성경 이야기를 따라 부인과 함께 의사당을 돌며 기도하기도 했다.
“무대포 정신과 하나님을 믿는 마음, 이 두 가지가 저의 바탕입니다. 도전도 안하고 겁부터 먹고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강할수록 허점도 있는 법입니다. 순수가 바로 최고의 무기입니다.”
지난 2013년 워싱턴 조선일보에 이 칼럼을 썼다. 다음해 워싱턴DC를 떠나게 됐다. 그리고 얼마전에야 김동진 관장이 심장마비로 천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음을 접하는 게 처음도 아니지만 가슴이 시렸다.
김 관장은 따뜻한 무도인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의지했다. 그는 명예와 보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한길을 걸어갔다. 미국 주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존경스러운 한국인 스승’으로 자리매김했다. 요즘 보기 드문 인생의 여정을 보여줬다.  
김 관장은 눈빛이 다른 무인이었다. 평소 그의 눈은 언제나 촉촉했다. 인간에 대한 긍휼과 사랑이 그의 가슴에 담겨 있었다. 특히 약자에게는  항상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했다. 참으로 잊기 힘든 사나이였다. 그와 이별을 다시 한번 슬퍼한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 반가운 인사를 나눠야겠다.   
김 관장은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 길은 고독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헤쳐 나가는 과정이었다. 신앙은 그에게 현실적인 힘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를 도왔다. 믿는 사람에게는 무서울 게 없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흔들릴 수는 있지만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해도 김 관장이 간 길은 의미로 충만했다. 알찬 시간으로 채워진 성공한 인생이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 본다. 실패와 거절은 당연한 장애물이다. 기쁘게 도전하고 또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도전할 수 있어서 감사의 기도를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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