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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을 때 "싸우지 않아서 다행"

조회 수 168 추천 수 0 2018.05.14 16: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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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걱정과 두려움이 끝이 없다. 하다 못해 서너 살 짜리 아이도 한숨을 내쉰다. 슬슬 긴장의 끈을 놓아야 할 노인까지 신경이 바짝 예민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근심이 없으면 인생을 아무렇게나 사는 것같은 요상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최대한 행복하게 사느냐 하는 건 순전히 자기 책임이라우. 바로 오늘, 본인이 있는 곳에서 말이요.” 코넬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는 수년 전 노인요양원에서 90세 난 할머니를 만났다. 그때 할머니가 그에게 건넨 말이다.

노인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손꼽히는 필레머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뭔가 인생의 비밀이 느껴졌다. 그는 대대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코넬대학교가 이 연구에 붙힌 이름이 ‘유산 찾기 프로젝트(Legacy Project)’다. 미 전역에서 65세 이상 노인 1500명을 대상으로 정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생을 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 무엇이었나?’ 필레머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필레머 교수는 연구 결과를 갖고 ‘인생을 위한 30가지 교훈’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국제적인 경제전문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9월19일 삶의 풍파를 다 겪은 ‘인생 전문가’들이 전하는 행복의 열쇠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온갖 것에 너무 많이 근심한 게 후회된다.” 놀랍게도 생명의 종착역이 가까운 노인들이 털어놓은 삶의 지혜는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삶을 뒤돌아 보니 ‘쓸데 없이 걱정했고, 그게 가장 안타깝다’고 고백한 것이다.

필레머 교수는 “솔직히 ‘인생 전문가’들이 주는 교훈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하다 결정적으로 잘 못 내린 결정이나 배우자 몰래 벌인 외도, 술이나 게임 중독 같은 것을 후회할 줄 알았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노인들은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흘려 보낸 나날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한 것이다.

노인들은 시간을 가장 소중한 인생의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고 필레머 교수는 설명했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또 자신이 어쩔 수도 없는 일을 갖고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슨 말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인생의 낭비로 여기더라는 이야기다.

102세 된 엘리노어 매디슨 할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자꾸 걱정이 많이 들면, 근심을 멈추고 자신을 생각해야 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기세요. 걱정은 사람과 인생을 망친다우. 하나 좋을 게 없어. 그저 ‘한 번에 하루 씩’만 살면 돼.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멀리 계획하는 거야 좋지. 하지만 인생은 맘대로 풀리지 않잖아? 그러니 한 번에 하루 씩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해.”

74세 된 죠수아 베이트먼 할아버지는 이렇게 당부했다. “두려운 게 있으면 그게 정말 어떤 건지 파악해 봐요. 걱정거리의 정체를 알아내는 거지. 그리고 ‘나는 이러이런 것이 걱정이다’하고 정리를 하는 거에요. 어떤 때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해야 할 걱정인 거지. 그러면 해결책을 찾으면 돼요. 걱정에 빠지는 대신에 말이에요.”

99세 난 시스터 클레어 할머니도 인생 후배들을 위해 소중한 경험을 전했다. “살다 보면 너무 많은 생각이 들지. 누가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앙갚음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냥 내버려 둬요. 그런 생각을 떨쳐 버려. 사람은 누구나 못된 구석이 있기 마련이라우. 어쩔 수가 없어. 신경을 거슬리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나타나. 한 마디 해 봐야 뭐해? 그렇게 마음먹고 지나가는 거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던 게 이제 와 보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이 교훈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됐어요.”

필레머 교수는 걱정의 정의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였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실체가 없는 걱정거리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걱정의 정체는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상념’이고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와는 성격이 판이하다고 필레머 교수는 지적했다.

인생의 해가 지는 석양녘 언덕에 올라 젊은이에게 소중한 교훈을 남겨주는 노인은 위대하다. 섭리에 따라 생명의 순환을 발전시켜 나가기에 훌륭하다. 노인이 노인다워서 존경스러워지는 것이다. 젊은 시절 추욕(醜辱)에 더 이상 쩔어있지 않아서 우러러 보인다. 걱정, 근심과 두려움, 욕망에 떠는 말년을 상상해 보라. 세월을 제대로 보내며 사는 게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 또한 스스로의 몫이니 어쩌겠는가.

온 지구가 이상 기온에 시달리고 있다. 장마철도 아닌데 때 아닌 폭우가 쏟아지고, 동해에 넘치던 오징어가 서해로 이사간다. 빙하가 녹는가 하면 봄날에 갑자기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지진과 화산 폭발 그리고 쓰나미 경보가 지구촌 곳곳에서 요란하다.

아마도 산타모니카는 한국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해풍이 간지럽게 불어오는 연중 내내 온화한 날씨, 늘 청명한 하늘,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활 여건… 게다가 막히지 않을 때는 고속도로를 타고 30분 이내에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닿는다. 돈이 없어 못 살지 참 편하고 좋은 동네다.

산타모니카에 사는 한 부부는 지난 2004년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덮쳤을 때 태국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중이었다. 어느 날 둘이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남태평양의 황홀한 바다 속을 누비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더니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해변 마을이 사라지고 없었다.

밖에서는 해일이 일어나도 바닷 속은 잠잠하다 못해 고요하더라는 것이다. 기가 막힌 경험을 한 이들의 이야기는 지역 신문에도 실렸다. 수 십만 명이 죽는 재난 속에서도 누군가는 이렇게 고비를 넘기고 멋진 집으로 멀쩡하게 돌아온다.

영화 ‘더 임파서블(The Impossible)’도 영국인 가정이 태국에서 쓰나미에 휩쓸려 버린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온 가족이 해변 호텔의 수영장에서 휴가를 즐기다 졸지에 참변을 당하고 뿔뿔이 엄청난 파도에 쓸려 간다. 생사도 알 수 없이 비탄에 잠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아들은 극적으로 병원에서 조우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모든 게 당연하고, 불만스럽고, 짜증나던 가족이 한 순간 들이닥친 자연 재해를 겪으며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닫는다.

지난 2012년 상영되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알바레즈 벨론, 마리아 벨론 부부와 세 아들이 당한 실화를 갖고 제작됐다. 영화 시사회에 벨론 가족도 초청을 받았는데 다들 수려한 외모를 갖춰 다시 한 번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극적으로 모두 살아 났으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 사실 다섯 가족은 죽음의 문턱까지 직전에서 회생한 것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해운대’에서도 쓰나미가 덮친다. 2009년 개봉한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 생활 속에서 아깞게 흘려 보내는 시간과 관계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 지를 보여준다. 배우 설경구와 하지원이 연기한 주인공들도 생존에 성공했기에 사랑을 이뤘지, 머뭇거리며 고백을 미루던 사랑을 둘 다 확인도 못하고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노심초사 떨며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 오늘 한 번이라도 더 웃어야겠다. 웃을 일이 넘쳐서가 아니다. 내 삶의 가치를 더하고, 조금 더 행복한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웃을 작정이다. 걱정과 근심에 덜덜 떨다 죽지는 않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왜 저렇게 난리를 치는 걸까?’ 사람들을 달달 볶고 위협하고 그러면서 본인도 씩씩 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곰곰히 들여다 보면 위로 올라가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윗 자리에 있다고 마음 편한 처지는 절대 아니다. 부장도, 이사도, 사장도, 회장도 다 한가지다.

모두들 두려움의 사다리에 매달려 있는 탓이다. 정점은 오너다. 주인은 주인대로 안절부절이다. 회사에서 가장 떵떵거리지만 속은 지옥이다. 수익이 줄어들까, 누가 도전하지 않을까, 부하가 말을 듣지 않을까, 속이지는 않을까, 혹시 망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 한다.

그 밑으로는 줄줄이 증상이 이어지면서 확대 재생산 된다. 말단이라고 착한 것도 아니다. 그저 쪼아 댈 아래 사람이 없을 뿐이다. 조금 지나면 똑 같아진다. 걱정과 공포가 개인, 직장 그리고 사회 온 구석구석을 휘감고 조종하고 있다. 탈출구 역할을 해야 할 가정과 심지어 교회에서도 동일한 역학이 작동된다. 갑과 을, 갑과 을이 계속 먹이 사슬을 형성하고 회전하면서 끊임없이 ‘불행 제품’을 찍어낸다.

‘두려워 말라.’ ‘걱정하며 세월 보내지 마라.’ ‘근심으로 인생 허비하지 마라.’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일손을 놓고 게으름 필 위인이 얼마나 있겠나. 오히려 살아 갈 힘이 솟고, 여유와 기쁨이 생겨나며, 남을 향해서도 관대한 심정이 고개를 들게 되지 않을까?

‘용감하게 살아라.’ ‘감사하며 살아라.’ ‘기뻐게 살면 복이 온다.’ 귓가에 울리는 새로운 외침에 가슴이 뛴다. 한 평생을 보내고 얻은 교훈을 아낌없이 나눠 준 어르신들께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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