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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

조회 수 1476 추천 수 0 2018.05.02 16: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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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쇼핑몰에서 포에버21 매장을 맞닥뜨렸을 때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중동 한 복판에서 한인이 세운 의류 브랜드를 보자 남의 일만 같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포에버21 본사에서 회사를 창립한 장도원, 장진숙 부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청바지에 젊은이들이 입는 후드 재킷을 걸치고 모자를 쓴 장도원 회장은 겉모습이나 분위기 모두 20년은 젊어 보였다. LA 다운타운에서 조그만 옷가게로 시작한 이들의 사업은 이제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36억달러로 추산할 만큼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다.

몇해 전 이들의 미국 부자 서열은 88위. 수도 없이 많은 백만장자를 추월한 것이다. 부인 장진숙 씨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9위에 뽑히긷 했다.

워싱턴DC 패션거리인 조지타운에 2년 전 핑크베리 매장이 문을 열었다. 미국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LA에서 탄생해 이제 수도까지 진출했다. 문을 열자마자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이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은 자신의 벤처캐피탈 매버린을 통해 핑크베리 지분 50%를 구입하면서 2750만달러를 투자했다. 핑크베리가 창업된지 불과 2년 만이었다. 물론 창업자 황혜경, 영 리 두 사람은 거부가 됐다.

미국 대학은 5월이면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캠퍼스를 나서는 졸업생들의 얼굴빛이 요즘 몇년 동안 밝지만은 않다. 미국에서도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무보수 인턴으로 일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청년들 사이엔 창업 붐이 불고 있다. 취업도 쉽지 않은데다, 뻔한 인생에 연연하지 않고 아예 자기 사업을 벌이겠다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언론도 적극 보도에 나서고 있다. 어느 남자 졸업생이 거의 빈손으로 땅콩버터 회사를 만들어 성공했고, 어떤 여자 졸업생은 인도와 태국 여행서 경험한 향료를 바탕으로 아로마 오일을 만들어 대박이 났다는 등 사례도 무궁무진하다.

대학들도 창업지원센터를 차리고 적극 학생들을 돕고 있다. 지원센터를 연 대학만 2000여 곳에 달하고 창업학과라는 전공까지 생겼다.

창업지원 비영리기구인 카우프만재단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년 창업 열풍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지난 2012년의 경우 3월 한달 동안 새로 문을 연 비즈니스의 29.4%를 Y세대(20~34세)가 차지했다. 또 8세에서 24세 사이를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젊어서 사장이 되겠다’는 응답자가 40%를 넘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뉴스의 초점이다. 회사를 증시에 상장해 억만장자가 되고 오매불망 9년을 사귀던 중국계 여성과 결혼도 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청년 세대의 꿈이자 부러움 자체다.

다 알다시피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 모두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나섰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010년 107만여명이 창업을 하고 86만여명이 가게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97년에는 70만여명이 비즈니스를 열고 34만여명이 폐업을 신고했다.

신규 사업자에 대한 폐업 사업자 비율이 50%도 못 미치던 게 80%로 치솟은 것이다. 인테리어와 프랜차이즈 비용 등으로 수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도 안 돼 수백만원을 간신히건진 케이스 등이 보도되기도 한다.

대기업으로 키운 창업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는 건 일단 뒤로 미루자. 조그만 식당, 카페, 작은 공장 하나도 창업하기 어렵다면 숨이 막히는 사회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취직을 할 수 있는가. 더구나 어찌 모두가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가는가. 또 그런 세상이 돼서도 안 된다. IT 천재가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태동시킨다는 스토리는 이런 환경에서 나오기 힘들다.

열정과 패기로 내 사업을 만드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야 한국판 저커버그 한 명이 나올까 말까다. 기다란 창업 행진 끝에 성공 기업 몇 개가 겨우 나온다. 아예 링에 오르기도 전에 청년의 기를 꺾는 세상은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자나 정치인, 관료 등 당장 실적을 쌓아야 하고 인기를 의식하고 이익을 거둬야 하는 사람들에게 창조의 여유 운운하기는 어렵다. 결국 본인이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넓게 봐야 한다.

창조적 마인드 없이는 더 이상 성공은 없다. 마음에 여백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게 아니라, 죽을 만큼 열심히 여유를 챙기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틈새가 보이고, 넓은 세상에 할 일이 많다는 게 실감나게 된다. <유정원 워싱턴특파원> <2012년5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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