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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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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사이어티’는 록펠러 3세가 지난 1956년 창립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방위에 걸쳐 아시아를 연구하고 교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단체다.이쯤이면 눈치챘겠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적 영향력이 상당한 ‘하이엔드’ 모임이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아시아 지역에는 홍콩, 상하이, 마닐라, 멜번에 지역센터를 두고 있다. 서울에서는 2007년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N 서울특파원을 불러 ‘한국의 이미지’라는 주제로 특강을 갖는 등 나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세계경제가 침체니, 둔화니 난리법석을 떠는 판에 왠 이미지 타령인가 싶지만 잠깐 숨 한번 들이마시고 생각해 볼 일이다. 돈이 돈을 벌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당연히 사람이 번다. 파는 주체도 사람이고 사는 쪽도 사람일 뿐이다.
세상만사가 그렇지만 경제 활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다.그러다 보니 이미지같은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추상... 명사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년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법 질서를 잘 지키는 수준으로 30개 나라 중에 27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법과 질서를 지켜도 매년 1%의 경제성장률을 더 올릴 수 있어 연간 8조원의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법무부가 2011년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시쳇말로 ‘썩소’를 자아낸다. ‘다른 사람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불평한 응답자가 46%나 된 반면 ‘나는 법을 잘 지킨다’고 대답한 사람이 96.7%에 달한 것이다.우리 안에 뿌리내린 이중성이 드러난다.
법무부는 부장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법질서규제개혁 담당관실’을 만들기도 했다. 목적은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는 법무행정이다. 컨퍼런스와 캠페인은 물론 UCC콘테스트까지 연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경제력에 걸맞는 시민의식과 생활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자각이 배경이 됐다.
수년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사공일 위원장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6∼7%의 경제성장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당시 한국은행과 KDI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이 5% 정도였다. 나머지 1%를 법질서 준수로 채우자는 게 다름아닌 경제기관과 연구소의 충언이다. 지금 경제성장율 기대치가 그 절반 밑을 맴도는 정도다. 우리 법 질서 수준은 시간이 지나가며 나아진 건가, 아니면 후퇴하는 건가.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왕연균 교수는 ‘신앙의 힘과 가치’라는 글에서 경제와 정직 사이의 흐름을 이야기했다. 경제가 잘 나가다가도 사회가 정직하지 못하면 위기가 발생하고 소득이 크게 추락하며 성장을 멈춘다는 지적이다.
지난 90년대 후반 혼쭐이 난 한국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미 국가들 모두 부패지수가 아주 높았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정직이야말로 신뢰사회를 가져오고 인재와 돈, 상품, 정보를 모이게 하는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했다.

신앙이 경제 성장과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올바른 신앙이 제대로 된 가치관과 인생관, 나아가 사회적 공동 가치를 창출하면 비로소 선진국에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신앙의 탈을 쓴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욕은 빼고 말이다.
“정직하면 누가 밥 주냐. 착해 봐라, 맨날 손해만 보지. 무슨 수를 써서도 공부 잘 하고 출세하고 봐야 한다.” 올바른 사람이 되라는 밥상머리 교육은 이미 순진한 전설 속에 묻혔다. 돈과 공부를 빼고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건덕지도 없어 보인다. 가정 뿐 아니다. 직장도 사회도 나라도 매 한가지다.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로는 사업도 안 된다. 한때 국제 축구경기에서 중국인들이 왜 그리 한국을 제치고 일본을 응원했겠는가. 어디 나라 뿐이랴. 국격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잘 살게 되듯이 사람도 인격이 그려내는 이미지로 살아 가는 것아니겠는가. 인격은 현대어로 바로 '크레딧'으로 곧장 연결된다. 단지 신용점수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력한 신뢰감이 형성된다. 기회가 생기고 돈도 벌린다. 정직이니, 배려니, 친절이니 하는 ‘쓸데 없던’ 품격이 돈이 되는 시대다. <2008년 9월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