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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지일 목사가 지난 9일 나성영락교회에서 주일예배 설교를 맡았다. 올해 춘추가 만 97세다. 지난해 목사 안수 70주년을 맞은 한국 기독교의 산증인이자 말 그대로 큰 어른 거목이다.

그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며 길선주 목사를 옆에서 보필했다. 교회사의 주요 인물과 현장 그리고 사건이 그에겐 인생의 생생한 현실이었다. 본국 최대 교단인 예장 통합 총회장을 지냈고 지금도 증경총회장이다.

그럼에도 방 목사는 연륜 만을 내세우는 사역자가 아니다. 그는 1937년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일찌감치 중국 선교에 투신했고 이후에도 한국 교회 발전과 갱신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공산당이 집권하며 모든 선교사가 철수한 이후에도 9년 동안 홀로 남아 수천 명의 난민을 돌보다 추방된 사역 역정은 이제 신화처럼 존경받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산증인 방지일 목사가 9일 나성영락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이날 방 목사는 다른 이들은 거동도 힘든 나이임에도 쩡쩡한 목소리로 설교했다. 에스겔서 47장에 나오는 '생명수' 말씀을 인용하며 크리스천이 실천해야 할 바를 촉구했다. 방 목사는 "하나님의 생명수를 진정으로 담은 기독교인이라면 생명의 물이 넘쳐 주변을 되살리는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 생명수가 흐르게 되면서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세상의 쇠퇴하고 썩은 것이 소생하는 법"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교회 다니고 기도하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하는 교인을 보아 왔다"며 "순간적인 경험이나 간증에 의지하는 신앙생활을 하지 말고 성경을 통해 깨우치라"고 경고했다.

이날 방 목사는 세 번의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담당하는 놀라운 노익장을 보였다. 이 교회 담임 림형천 목사는 방 목사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메일을 주고받으며 설교 원고도 컴퓨터로 직접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임 없이 스스로를 갱신하고 배우는 자세가 '늘 푸른 힘'의 원천이란 것이다.

방 목사는 지난해 평양 부흥 100주년과 관련해 당시 부흥의 진원지였던 장대현 교회의 사역자를 지낸 장본인으로서 기독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흥도 성경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요새는 정서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대 한국교회의 이런 추세는 "자기 중심이지 하나님 중심이 아니다"고 훈계했다.

또 방 목사는 최근 기독교인 감소 추세에 대해서 "과거에는 한 사람이 이중삼중 교회에 등록해 거품이 많았고 요즘엔 출산이 줄어든 탓도 있다"면서도 "여전히 착실하게 전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제부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으로 가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방 목사는 10일 워싱턴DC로 떠나 집회를 가진 뒤 잠시 귀국했다가 캐나다 뱅쿠버를 방문해 한인교회에서 설교할 예정이다.

<2008년 3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