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신앙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은 바로 ‘바빠야 한다’는 착각이다. 돈을 벌어 생존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도록 구조적 덫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자기개발과 여가를 즐겨야 한다는 강박까지 더하면 신앙을 위해 쪼갤 여지는 더욱 좁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시간은 당연히 날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기독교 목회자협의회와 지앤컴리서치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하루 기도 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하고 일주일 동안 한 시간도 채 성경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의 하루 평균 기도 시간은 이번 조사에서
21.5분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4년 27분, 2012년
23.7분에서 계속 감소한 것이다. 천주교 신자의 경우 19.1분으로 집계됐고 불교 신자는
6.8분이었다.
개신교인이 성경을 읽는 시간은 일주일 내내 48.7분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해서는 변함이 없었지만 1998년의 66분과
2012년 62분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천주교 신자의 성경 읽기 시간은
20.7분이었고 불교 신자의 불경 읽는 시간은 15.4분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가운데
40.4%는 신약을 읽는다고 답변했으며 구약은
22.5%, 둘 다 비슷하게 읽는다는 사람은
37%를 차지했다.
믿음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개인과 가정 단위의 신앙생활에서도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개인적 삶에 적용하는 ‘QT를 어제 했느냐’는 질문에 무려
79%가 ‘아니다’라고 응답했고
21%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신앙교류 활동 역시 매우 저조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일주일 동안 ‘아무런 가정 내 신앙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개신교인이
60.8%에 달했고 ‘가정예배를 한다’는 응답자는
16.7%, ‘QT를 나눈다’는 사람은
7.9%에 그쳤다. 자녀를 위한 신앙 교육도 ‘자주 또는 어느 정도 하고 있다’는 개신교인은 43.1%로 집계됐고 ‘별로 또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6.9%로 과반수를 넘었다.
이와 같은 신앙생활 태도를 반영한 듯 각자의 신앙 상태를 묻는 항목에서 ‘더 성장했다’는 개신교인은 16.9%였지만 ‘더 나빠졌다’는 사람은 26.8%를 기록했다. ‘별 변화가 없다’는 답변은 56.4%로 나타났다. 특히 신앙 좋아졌다는 사람은
2012년 11.2%에 비해
5.7%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신앙이 더 나빠졌다는 대답은 8.4%에서 무려 18.4%포인트나 증가해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 줬다. 스스로 신앙 상태가 악화됐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 대해 교회의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앙의 성장에 무엇이 가장 도움을 주는 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출석교회의 예배와 목사의 설교’라는 답변이 4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역시 2012년에는 조사한
63.6%과 비교해서는 20%포인트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이 밖에 ‘가족’이라는 대답이
16.1%, 신앙의 ‘선배나 동료’가
10.3%, ‘소그룹 모임’이
9.7%, ‘기독교 매체’ 7.1%, ‘신앙서적’ 6.1%, ‘QT’가 4.9%의 순서를 보였다.
2018-3-15 미주한국일보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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