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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장로와 강동희 장로(오른쪽부터)가 요르단 교회 집회 현장에 모인 어린이들과 웃음을 짓고 있다. |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두 시간 정도 자동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가면 카락이라는 지역이 나온다. 가는 내내 먼지바람이 부는 황야이던 주변이 카락으로 들어서면서 푸른 초원으로 변한다. 그야말로 광야 건너 가나안처럼 나지막한 구릉에 밀밭이 펼쳐져 있다.
곳곳에 올리브 나무 과수원이 들어서 있는 광경이며 평원 여기저기 들어선 마을들이 캘리포니아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일대는 기독교인들과 회교도 무슬림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인구 800여만 명의 요르단에서 기독교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비율은 5% 미만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기적으로 교회를 찾으며 성경을 묵상하는 크리스천은 아니다. 무슬림이든 기독교이든 가문의 종교가 정해져 있으니 그렇게 분류될 뿐이다.
암만의 요르단인 교회인 아시라피아 나사렛 교회의 청년 크리스천들이 지난달 25일 카락 지역의 와시야 마을을 찾았다.
이십 여명의 젊은 요르단 크리스천들은 마을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솜씨로 안팎에 의자를 놓고 스피커를 설치하면서 집회를 준비했다.
시간이 되자 인근 여러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몰려든다.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린이 집회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온 무슬림 가정 자녀가 훨씬 많다.
청년들은 아랍어로 찬양을 부르며 집회를 시작했다. 우리의 귀에도 익숙한 찬양곡을 부르더니 아랍 특유의 곡조로 작곡된 찬양이 이어졌다.
회관 안을 가득 메운 어린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 반짝이며 청년들의 찬양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버스 두 대와 트럭 한 대를 나눠 타고 온 남녀 청년들이 어느새 광대 차림으로 분장하고 무대에 올랐다.
광대가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어린이들은 환호를 지르며 손뼉을 친다. 광대차림의 청년들은 어린 청중을 웃기고 달래면서 자신들의 신앙을 털어 놓는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때에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기도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오늘은 300여 명이 모였네요. 지난 번 첫 집회에는 500여 명이 몰렸어요. 미국 교회에서 보낸 선물 세트를 나눠 주기도 하죠. 기독교인 마을이 섞여 있어서 그나마 거부감이 덜한 편이에요."
요르단에서 5년 째 선교를 하고 있는 송명근 선교사는 현지 교회인 아시라피아 나사렛 교회와 긴밀한 협력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사진 촬영과 화보 제작을 담당해 수시로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에 땀을 흘렸다.
이 교회에는 캐나다와 대만에서 온 젊은 여성 선교사들도 요르단인 청년 성도를 인도하며 함께 사역하고 있다.
마을 회관 밖 천막 그늘 밑에서는 전통 악기인 비파를 치며 콘서트가 한창이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을 위한 무대다. 요르단에선 꽤 알려진 찬양가수라는 한 젊은이가 '이에수(예수)'라는 가사가 담긴 찬양을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지난번에 집회 말미에 기도를 하려고 하니까 일부 어른들이 아이들을 끌고 나가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오늘은 아예 어른을 위한 장소를 따로 마련해 찬양과 노래를 섞어 공연을 마련한 거죠."
집회가 끝나고 송 선교사는 현지인 크리스천 가정으로 인도했다. 마을회관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정도 떨어진 사마키야 마을에 사는 히자짐 성도의 집이었다.
송 선교사는 이 가정을 수년 째 드나들면서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성경 공부도 이 집에서 정기적으로 갖고 있고 몇 가정을 모아 교회를 개척할 계획이다.
'만사프'라는 전통 요리가 점심으로 나왔다. 관습대로 테이블에 둘러서서 손으로 밥을 뭉쳐 소스를 뿌린 고기와 함께 먹었다.
이 집의 어른인 할머니는 연신 '주님께 축복을 빈다'며 계속 식사를 권했다. 어린이들은 뺨에 뽀뽀를 하는 전통 인사로 손님을 환대했다.
"크리스천 가정으로 개종한다는 건 생사가 걸린 문제일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수적이죠. 한 번 복음만 전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가난한 이들을 자립하도록 인도하는 것도 사역의 큰 부분입니다."
현지 교회와 선교사 그리고 후방의 교회들이 힘을 합쳐 지혜롭게 꾸준히 전하고 돕는다면 따뜻한 무슬림 가슴에도 복음의 꽃이 활짝 필 날이 올 것이다.
2007/06/08
요르단=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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