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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도 한국식당이 있다. 한인이래야 200 남짓한 곳에서 장사가 될까 싶다. 그래도 NGO(비정부기구) 봉사단체에 소속된 외국인이나 오고가는 한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음식 맛도 괜찮은 편이고 흙먼지 날리는 지구의 산골에서 예상치 않게 마주친 고향 같은 휴식처다.

아프간에 발을 디딘 한인에게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코리아 게스트 하우스다. 한국인 특유의 방식으로 피난처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지난해 5월말 카불을 방문했을 마침 시내에서 소요가 일어났다. 미군 차량과 교통사고로 주민이 사망하면서 쌍방 총격전으로 번진 것이다.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고 총성이 이어졌다. 공항을 벗어난 10분도 한참 시내 한복판을 통과하던 중이었다.

마중 나온 한인 2 선교팀에게 미국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돌아다니지 말고 어서 숙소로 대피하라' 내용이었다. 과연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방안에 웅크리고 있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집이라고 시위대가 들이닥쳐도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마침 근처에 코리아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다. 사방이 높은 담으로 둘러 싸여 서울의 이층집 모양 그대로였다. 갑자기 대문 초소에서 AK 소총을 아프간 경찰관이 튀어 나왔다. 거수경례를 하더니 차문까지 열어 줬다. 민간시설에도 불구하고 365 24시간 경비를 섰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이미 한인들과 본국 여행객들이 모여 있었다. 잠시 30 중반의 아프간 남자가 인사를 왔다. 현역 육군 대령이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태권도 사범이었고 그는 수제자였다. '별일 없나' 둘러보러 것이다. 크리스천인 하우스 주인은 '여차하면 인근에 사는 제자 40명이 달려오고 아프간군 2 소대는 출동할 '이라고 안심시켰다. 푸짐한 한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미국 시스템과는 다르지만 한국식 인맥 비상망도 나름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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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아프간으로 목에 힘주러 가는 선교사는 없습니다. 특히 이슬람권에서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주민을 존중하지 않고는 사역을 유지하지도 못해요. '제국주의 선교' '무작정 선교' 비난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아프간 오지 선교사역을 벌이는 플로리다 CCC국제본부 박태수 선교사의 말이다. 크리스천 문화의 강요는커녕 선교팀은 우물 파주고 식량과 약품을 공급하면서 죽어가는 부녀자와 노인들을 먼저 돌보는 실정이란 것이다.

오렌지카운티 감사한인교회 김영길 목사는 대형교회 담임이지만 수시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다. 주일 예배 사이에 오고가느라 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는 강행군으로 몸살이 나기도 했다. 교회는 아프간에서 고아원과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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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건물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부지 문제로 주지사와 시장 등을 만났죠. 한인 교회의 도움에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를 통해 현지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게 됐어요."

카불에서 한민족복지재단 책임자로 일하는 홍성집 목사는 LA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1.5세다. 그는 항상 NGO 복장으로 다닌다. 교통 경찰관도 손을 흔들어 준다. 사랑을 앞세운 무조건적인 봉사 덕분이다.

본국 샘물교회 선교팀이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히면서 '물불 가리는 일방적인 선교'라는 질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힘에 의한 선교'에서 '관계 중심의 선교' 바뀌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안전은 가장 중요하다.

한국교회의 선교 패러다임에도 수정할 구석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지뢰로 발목이 떨어져 나간 소녀를 치료하고 고아에게 밥과 연필을 주는 희생과 헌신이 수많은 선교현장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장면이다.
2007/07.24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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