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김’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세계 교계에 널리 알려진 김장환 목사. 지난해 7월까지 5년 임기의 세계침례교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전 세계 침례교회를 대표하는 연맹 회장에 백인이 아닌 목사가 자리에 오르기는 그가 처음이었다.
보수주의 미국 남부를 기반으로 성장한 남침례교가 사실상 최대 주주 역할을 차지했던 세계침례교연맹이어서 그의 회장 취임은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가 담임으로 섬긴 수원 중앙침례교회에는 소위 세상에서 잘 나가는 쟁쟁한 인물이 집합한 곳으로 유명하다.
요즘 김 목사의 부인 미국인 출신 트루디 사모가 골수암 진단을 받아 남가주에서 치료 중이다. 다음달 골수 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 소식을 듣고 불교 신자로 알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나섰다. "내가 부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반드시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담사 유폐 시절 모두가 외면한 가운데 자신을 가장 먼저 찾아 주고 매달 트루디 사모가 구은 과자와 빵을 가지고 빠짐없이 방문한 목사 부부에 대한 의리와 사랑의 표현이다.
김 목사는 세계침례교 회장 임기를 마치기 전 평생을 바쳐 섬기던 중앙침례교회 담임도 2004년 12월 은퇴했다.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 노인의 피로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김 목사의 설교를 눈을 감고 들으면 30대의 목소리로 착각이 든다.
김장환 목사와 트루디 사모의 자서전은 많은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 전쟁 와중에 미군부대 하우스 보이로 연명하던 시골 소년을 탄광촌 출신의 가난한 참전 군인이 입양해 온갖 어려움을 무릎쓰고 미국에서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영어도 한마디 못하며 밤마다 눈물 흘리던 한국 아이가 오늘의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자란 스토리는 진정한 크리스천의 길을 묵시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11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임마누엘침례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그저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죽고 부활한 것"이라며 말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잘 만나면 역사가 일어나지만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원로 목사로서 김 목사의 사역 대상은 오히려 더 넓어진 느낌이다. 지난해 MBC가 실시한 본국 방송 청취율 조사에서 종교부문 1위를 차지한 극동방송의 사장 업무도 여전히 분주하다.
일반 방송내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복음과 선교에만 집중한 결과 단단한 고정 청취자층이 형성됐다는 게 방송계 분석이다. 김 목사의 목회 방침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기도 한다.
"후임 목사님이 부임하고 주일 예배를 늘렸습니다. 그런데 900명이 더 찾아 왔어요. 우리 교회서 자라 안수받고 목회도 잘 하던 목사님인데 진통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나이 일흔에 흔들림없이 자리를 내놓았고 수 년전부터 후임자를 모색해 온 결과다. 두 아들이 수원과 대전서 목회를 하고 있지만 상속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 동안 중앙침례교회서 개척해 나간 80여 교회를 돌며 부흥의 열기를 불어 넣는 사역에 바쁘다. 오지 교회부터 찬양팀과 성도 때론 연예인 교인을 대동하고 찾아가 복음을 전하고 있다.
"정말 김장환 목사가 오냐"고 반신반의하던 주민들과 예배 후 잔치를 열고 어울리면 젊은 날의 열정이 다시 솟는단다.
"교회가 치부하면 타락하고 변절하다 기업이 돼버리고 결국 자멸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장이 제자리 걸음이에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가 개혁을 이루고 부흥을 이루는 게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한국교회 부흥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도 추진되고 있지만 어떤 목사 개인이나 집회로 교회가 부흥하는 게 아니라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부흥은 오직 성령의 힘으로 이뤄지며 기도가 가장 강력한 바탕이라는 것이다. 또 김 목사는 한인교회의 연합과 단결도 강조했다.
"선교지에서도 한국 선교사들은 다 따로 사역합니다. 힘을 합치면 한 나라는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지요. 한편 이민사회 한인 2세의 우수성은 다 압니다. 한국은 소망이 있어요. 세계를 리드할 겁니다. 하나님께서 한인을 미국에 보내신 뜻이 있습니다. 교회가 많은 것도 지금은 몰라도 분명히 주님의 계획이있는 겁니다."
김장환 목사의 일생은 나무꾼 촌소년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지도자로 자라나며 하나님을 증거하는 삶이었다. 이제 그는 여생을 통해 다시 한번 증인의 길을 출발하고 있다.
2006/02/16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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