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민교회 변화의 필요성부터 목회자, 한국에서 돌아가는 상황, 교육과 지도자 양성, 목사의 존재 이유 그리고 자신의 목회 여정에 이르기까지 김진홍 목사와의 대담은 물이 흐르듯 구비구비 흘러갔다.
청계천 빈민들 속에 세운 활빈교회, 철거민들과 남양주로 이주하며 시작해 이제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두레마을, ‘새벽을 깨우리로다’부터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 시리즈까지 심금을 휘어잡은 베스트셀러들. 그가 겪은 사역의 과정과 오늘에 이르러 맺은 결실을 말하는 건 새삼스럽다.
목회 인생 34년을 맞은 그의 나이도 이제 60살 고개를 훌쩍 넘긴 지 오래다. ‘없는 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이 굶고 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던 목회자의 길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험한 길을 걸으며 김진홍 목사를 시종 붙잡아 온 화두가 세 가지 있다.
‘어떻게 하면 목사 이전에 진실한 크리스천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명한 교회가 아닌 교회다운 교회를 세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교회가 한 많은 한국에 기여할 수 있을까?’
철학도 출신인 그는 키에르케고르를 자주 인용한다. 이 철학자의 ‘진실한 크리스천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라는 명제가 늘 삶의 숙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느덧 사역의 종착역이 아스라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김진홍 목사는 자신이 해 낸 숙제풀이를 즐거워 하고 있다. “내가 믿는 것을 실천 하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뛰어 들었다. 예수가 좋아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만족한다.”
살아 온 시간의 값에 스스로 족함을 느낀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 자칫 교만을 지적하는 시기 어린 손짓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김진홍 목사의 ‘타협론’을 들으면 만족의 기준이 그다지도 까다로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타협은 치사한 것으로 욕하는 세상이다. 실제론 난무하면서도.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상과 현실 비율이 7대3이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6대4 정도까지는 봐 줄 수 있지 않겠나. 자기 가치관과 기준을 분명히 가지고 타협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
김 목사의 이번 나들이는 LA 충현선교교회의 새 성전 입당을 맞아 열리는 부흥성회를 이끌기 위한 길이었다. 12일부터 사흘간의 집회를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충현선교교회 민종기 목사는 두레연구원이 지원하고 육성한 장학생 출신이다.
두레연구원은 국내외서 각각 20명 정도의 인재를 선정해 지원하며 각계의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21세기 통일 한국 시대에 겨레와 교회를 섬길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게 목표다. 국내에선 김 목사가 직접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같이 흙을 파는 노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두레자연중고등학교를 6년 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모범학교로 뽑혀 교육부로부터 상금도 받았다. 두레연구원과 두레자연중고등학교는 김진홍 목사 스스로 “두레 운동 중 가장 평가받을 일”이라고 말할 만큼 자랑스러워 하는 사역이다.
“한국교회가 신학교는 많이 세우고 목사는 충분히 배출했지만 민족의 지도자 양성엔 소홀했다.” ‘사람 키우는 일’은 그의 이런 안타까움을 달래 주며 보람을 준다.
김 목사가 요사이 자주 머무는 경남 함양 지리산 두레마을도 ‘인간 교육’의 연장선 위에 있다. 청소년 훈련장이나 크리스천 수도원 등으로 쓰이는 이 농장은 ‘지리산에서 온 편지; 김진홍 목사의 일일 묵상’의 발원지다. 매일 아침 이메일로 보내는 그의 메시지를 읽고 묵상에 참여하는 사람이 불과 4개월 만에 1만7천 명을 넘어섰다.
“이민사회선 교회가 중심이다. 이제껏 살아 남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이민사회를 업그레이드 시킬 창조적 목회를 해야 한다. ”
‘집 짓자’ ‘커지자’하는 교회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사회를 발전시키고 정신적 동기를 부여하며 시대적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가 되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남양만 두레마을을 떠나 구리시에 세운 두레교회는 5년 만에 5천 명이 모이는 교회가 됐다. 이런 양적 급성장이 ‘진정한 교회’를 꿈꾸는 그에겐 마냥 기쁘기만 한 일이 아니다.
‘도대체 교회는 왜 다니고 예수는 무엇 때문에 믿고 따르는가.’ 우문에 응답은 빨랐다. “인간답게 행복하게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은 당당하게 창조적이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행복하지 못하면 잘못 믿는 것이다.”
성경을 오해하고 그릇되게 적용하기 때문에 예수 믿는 게 힘들고 짐스러워진다는 이야기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복을 주고 잘 살게 했지만 엉뚱한 길에서 헤매며 고생한다”는 지적이다. 그가 현재의 교회를 이끄는 목회 원칙은 ‘쉽게, 즐겁게, 깊게’이다.
김진홍 목사는 ‘자신이 믿고 실천한 것만 설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직접 경험하고 고민한 것만 이야기한다. 어떤 이에겐 “개인 이야기가 너무 많은 설교”로 들리기도 하는 이유다.
그는 이미 후임자도 정해 놓은 상태다. 지금은 에모리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상학 목사다. “도서관에 빠지지 말고 하늘이 열리는 체험을 하라”고 당부했다.
“고민을 많이 하라. 독서와 사색을 많이 하라. 현장 경험을 많이 하라. 사람 한 명을 만나 배우는 게 신학책 한 권에 맞먹는다.” 좋은 설교자가 되는 길이라고 그가 소개한 것이지만 누구에겐들 필요치 않은 말이겠는가.
2003/12/16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
사진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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