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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거칠어도 속 아름다운 패류 같은 기독교인 돼야

조회 수 27 추천 수 0 2018.11.06 14:12:30


자작나무 숲 사이를 훑는 바람소리에 하나님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는 산 정상에서 평원을 내려보며 창조주의 섭리를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는 바닷가를 걸으면서 그리스도인의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홍순관 목사의 여행길에는 커다란 가방이 따른다. 그 안에는 온갖 패류가 가득하다. 인도양의 사람 머리만한 조개부터 남태평양 해변가에 흘러든 무지개 빛 고동까지 그리고 캘리포니아 비치를 굴러다니는 작은 조개도 소중하게 제 자리를 잡고 있다.



홍 목사는 탁자 위에 각양각색의 패류를 늘어놓고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가 마련한 ‘패류를 소재로 한 삶의 이야기’는 해변에서 마주치는 하나님을 전하는 시간이다. 지난주 남가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향린교회에서 열린 사랑방 대담도 어느새 패류가 담아온 바다 내음에 잠겨들었다.

“파도는 해변 바위에 부딪히면서 위로 치솟습니다. 수평으로 움직이다 비로소 수직으로 상승하는 거죠. 사람의 욕망과 그리움도 하나님이라는 벽과 조우할 때 다른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어요. 깨지고 흩어지지만 날아올라가는 거지요.”

홍 목사는 뉴욕 주립대학교 교목을 지내는 등 미국과 캐나다에서 다양한 이민목회로 30여년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순천 YMCA가 세운 대안학교인 평화학교에서 첫 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지만 순천의 남해 바닷가를 수시로 걸으면서 그는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도리에 대해 생각을 곱씹었다.

“벌교 뻘에서 조개를 캐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사람은 인생 후기에 삶의 아우성이 끝나야 철이 든다는 걸 알았습니다. 햇빛은 보이지 않지만 바다 표면에서 반짝이죠. 하나님의 빛도 나의 반사판에 부딪힐 때 보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거울이에요. 그 사람의 영광과 수치가 바로 내 것입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갈 때마다 바다를 찾고 조개를 줍는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른 수많은 패류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안의 아름다움’이다.

“속이 아름다워야 진짜 아름다운 거잖아요. 패류는 겉은 거칠지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경이로운 빛을 발하고 있어요. 사람도 포장하고 교회에 나오면 안 됩니다. 그런 건 언제 벗겨질지 모르는 거죠. 내 안을 닦고 꾸미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홍 목사는 앵두 크기의 씨앗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바닷가에 흘러온 나무의 씨앗도 영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창조적 언어를 분석하기를 즐겨야 합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말고 텅 빈 그림틀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세요. 시도 소설도 연극도 다 그 안에서 나옵니다. 사도 바울도 ‘무정한 게 죄’라고 했습니다. 죽은 것처럼 살지 말고 뛰는 가슴으로 하나님이 주신 상상력을 키워 보세요.”

생명의 기원인 씨앗은 순전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홍 목사는 말했다.

“이걸 인정하면 생명의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다 내 것, 내 덕분이라고 하면 도둑이 되는 거죠. 나의 재능 일부도 남의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필요한 사람의 몫이죠. 이게 공생애 삶이고 건강한 인생입니다.”

살 수 없는 사람과 살고, 함께 갈 수 없는 사람과 가는 게 바로 순교라고 홍 목사는 농을 쳤다. 해변의 몽돌은 부딪혀 서로를 깎으면서 모와 각을 없앤다고 말했다. 경쟁과 혐오, 질투의 과정 중에서 사람은 사람에게 닳으면서 둥글게 된다고 덧붙였다.

“외로움도 착각입니다. 모든 섬이 물 밑에서 이어져 있듯 사람도 그물처럼 연결돼 있어요. 개인은 인간 대륙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보면 교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뿔피리 모양의 큰 조개를 들면서 홍 목사는 공명의 비밀을 소개했다. 바로 ‘비움’이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비워 있는 조개만이 울림을 만들 수 있어요.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비움의 길에서 모든 게 이뤄집니다. 과연 무엇을 향해 비울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편견과 오만 그리고 욕심, 자기 자신에게 감금된 삶을 바라보며 고뇌해야죠.”

사람은 자기 인생의 암호를 풀어가야 한다고 홍 목사는 당부했다. 자기 안에 숨겨진 비밀 코드를 계속 해독해 가려는 여정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2-12

미주한국일보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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