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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럽 선교사 다시 태어나도 한국 갑니다,

host 2018.10.04 13:35 Views : 386 Upvot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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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온통 한국인 사진들로 가득했다. 간혹 보이는 백인 얼굴은 가족 아니면 미국서 찾아 손님일 . 넘길수록 아스라이 흘러간 코리아의 모습이 생생하게 숨을 쉬고 있다. 거기엔 초라한 시골 교회의 십자가 탑이 나오고 심방 중인 소박한 가정집 안방과 성경 공부반이 열린 거실도 담겨 있다. 그리고 정지된 시간 속에서 백인 선교사 부부가 함빡 웃음을 머금은 한국 사람들을 얼싸 안고 있다.

윌리엄 그럽과 루이스 그럽 사람은 2 헤어졌다. 가난하고 위험한 머나 이국땅에서 풍파를 헤치며 함께 복음을 전하고 낯선 사람들을 도왔던 평생의 사랑하는 동지였다. 89 고령으로 간병이 필요한 윌리엄 선교사는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그럽 부부는 남가주 두아테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 가든'이라는 은퇴 선교사 거주단지에 살았다. 87세인 루이스 선교사는 남편이 떠난 싱글이 사용하는 원룸으로 이사했다. 추억어린 피아노와 가구 책들은 창고로 옮겨지고 방안은 아직 어수선하다.

"
신학생들이 모인 파티에서 윌리엄을 처음 봤죠. 한국이란 데서 재활치료사가 필요하

 

이날이 첫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UCLA 동문이었다. 루이스는 졸업 후 재활치료사로 일하면서 뉴욕 바이블세미너리에 재학 중이었고 윌리엄은 프린스턴세미너리에 다니고 있었다. 얼마 후 한국에 먼저 발을 디딘 사람은 루이스 선교사였다.

"1953년 아직 전쟁 중이었죠. 윌리엄이 이미 가 있을 줄 알았는데 다음해에 오더군요. 다시 만난 우린 1955년 서울 연동교회서 결혼했어요. 아이 셋도 다 한국서 낳고 키웠죠." 루이스는 세브란스 병원서 전쟁의 와중 팔 다리를 잃은 한국인들에게 의족과 의수를 달아주고 재활훈련을 시켰다.

윌리엄은 교회를 세우며 한국말로 설교하고 다녔다. 계명대에서 영어를 강의하며 협동 교목을 지냈고 대구장신대에선 칠판에 직접 한글로 써가며 신학을 가르쳤다. 그리곤 거의 매일 저녁 청년들을 집으로 불러 영어 성경공부 시간을 가졌다.

“최고의 추억은 젊은 청년들이 주님을 믿게 된 거죠. 그 청년들이 지도자로 컸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한국에 가서 똑 같이 할 겁니다.

지난 성탄절에 부부는 한국서 걸려온 다섯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감사의 마음을 간직한 한국의 친구들이 아직 그들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섭섭한 거요? 그런 거 없습니다. 한국 교회에 할 충고요? 없어요. 한국 크리스천들은 우리가 기대한 것 보다 훨씬 잘하고 있습니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들이고 그리운 땅이죠.

웨스트민스터 가든에서 요양원은 1마일도 채 안 된다. 그러나 거동조차 힘든 처지에 도움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다. 두 사람은 헤어지며 입을 맞췄다. 아내와 코리아 때문에 윌리엄의 눈가는 벌써부터 촉촉했다. 그는 계속 ‘Thank You’라고 말했지만 정작 감사할 사람은 이쪽이 아니던가.

세월은 흐르고 용사는 노쇠해졌다. 그리움은 산처럼 쌓이지만 걸음에 천근 무게가 달렸다. 하지만 큰 나무로 자란 씨앗을 기억할 때마다 지나 온 선교사의 여정에 보람이 가득 차오른다.

한국서 보낸 40여년 초코파이도 그리워요

그럽 선교사 부부는 모두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 선교사는 구의령, 루이스 선교사는 서수복이다. 한인 크리스천 가운데는 그들을 한국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을 정도다.

은퇴 이후 두 사람이 머물렀고 루이스 선교사가 지금도 거주하는 ‘웨스트민스터 가든’은 PCUSA 교단이 선교사들을 위해 마련한 곳이다. 윌리엄 선교사가 지내고 있는 ‘브래드베리 옥스’ 미션홈은 몇 블락 떨어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곳에는 선교사 뿐 아니라 은퇴한 목사와 사역자들이 모여 있다.
전원적이고 독립가옥 형태로 형성된 웨스트민스터 가든과는 달리 브래드베리 옥스는 아파트 단지 모양이다. 여기엔 간병과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이 모인 요양원도 포함돼 있다. 두 곳 모두 평생을 사역에 헌신한 은퇴자의 노후를 돌보기 위한 자상한 배려로 세워진 시설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웨스트민스터 가든에는 한국에서 활동한 몇몇 은퇴 선교사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떠나고 루이스 선교사가 유일하다. 그녀의 방 책상 위에는 큼지막한 성경이 펼쳐져 있다. 돋보기를 들이대며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읽는다.

“성경을 볼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기에 너무 부족하죠. 그리고 성령님이 늘 함께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모르는 것 보여주시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시니까요.
젊은 처녀의 몸으로 전쟁이 한창인 한국에 선교사로 들어가 40여 년 세월을 보낸 루이스 선교사는 기도와 성경 이해하기를 신앙의 기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크리스천의 삶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누가 우리를 보고 ‘왜 그렇게 행복 하느냐’고 묻게 되길 바라는 겁니다. 기독교인이 사는 모습을 보고 ‘예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질문이 생겨야죠. 그리스도를 우리 생활 속에서 드러내는 겁니다.

그녀의 방에는 ‘성령충만’이라고 한자로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대구에서 사역할 당시 한국 기독교 100주년을 맞아 선물 받은 것이다. 윌리엄 선교사는 언어 구사가 원활하지 않지만 루이스 선교사는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한국어는 거의 잊어 버렸지만 한글은 지금도 뜻을 몰라도 발음은 읽을 수 있다.

“막내 티모시는 한국에 두 번이나 다시 가서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어요. 물론 교회도 돕고요. 아이들도 한국 이야기 나오면 모두 그립다면서 가고 싶어 합니다.

그럽 선교사 부부는 아들 셋을 두었다. 그녀는 “한국인 며느리를 맞을 뻔했는데 상대방 부모가 반대해서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운전도 못하고 거동이 힘드니 감옥이 따로 없네요. 남편이 찬송가를 잘 불렀는데 떠나고 나니 여기서도 채울 사람이 없어요. 한국에 있을 때 초코파이를 잘 먹었는데 먹고 싶네요.
2008/02/19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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