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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지역별 경제 차이.jpg


“지역에 따라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장 심각하게 경제적  차이가 벌어지는 곳은 광역대 지역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작은 로컬 지역이다.” 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사는 커뮤니티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조나산 로스웰 수석 경제분석가의 칼럼을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가격 등 생활비가 적게 들면서 자산 운용의 여지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갈등, 실업, 약물 중독에 심지어 혼인 비율의 감소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 걸쳐 문제를 앓고 있는 현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북부와 중서부가 다르고 북서부와 남부가 다르다.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등 영토가 광범위한 주에서는 메트로폴리탄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사람들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이동하고 이런 현상이 새로운 도시를 형성한다.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경제적 차이가 확연해지는 배경도 이것이다. 지금까지 널리 보편화된 이론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작은 소도시나 타운에서 ‘번창하는’ 큰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기존의 패턴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각종 경제 연구 결과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의 근로자 생산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각종 경제적 문제점들을 이런 대도시 중심의 지리적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경제 단위를 주 단위로 확대해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대규모 경제단위 지역이 더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LA나 뉴욕, 휴스턴, 애틀랜타 같은 메트로폴리탄 광역지역을 벗어나면 또 다른 스토리가 펼쳐진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자라는 자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집값 등 거주 비용이 대도시보다 저렴하지만 삶의 질은 높아지며 부모는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소도시나 작은 타운에 사는 사람들은 메트로폴리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보다 자기가 사는 커뮤니티에 더 만족하고 높은 점수를 준다.
<소득 격차는 소도시를 기준으로 살펴 봐야 한다>
개인별 소득 격차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1920년대 이후 볼 수 없던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주 단위의 지역별 소득 격차는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앨라배마 주와 아이오와 주의 경우 오히려 20세기 초 수준과 비교해도 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별 소득 격차는 100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연방국세청(IRS)의 자료가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대도시나 카운티 단위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 이래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느 주, 어느 대도시, 어느 카운티에 사느냐가 개인 소득이나 경제적 대물림에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같은 주, 같은 대도시에 살아도 인종 차별, 교육 등의 요소에 따라 불평등이 극대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미시시피 사이에 차이보다는 똑 같이 로스앤젤레스 안에 사는 사람 간의 경제적 차이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주나 대도시 등 광역대 거주 지역보다는 연령이나 교육 수준 그리고 직업의 차이가 소득 격차를 파생한다. 미네소타대학교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 격차의 가장 큰 요소는 직업(39%)이었으며 교육(22%), 나이(12%)가 뒤를 이었다. 거주하는 대도시(4%)나 주(2%)의 영향은 아주 미미했다.
어디 사느냐보다 어떤 교육을 받고 무슨 직업을 갖느냐가 돈을 얼마큼 벌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큰 주나 대도시로 이주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고소득을 올리며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또 이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보다 풍부한 부모의 지원 속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더 누리게 된다.
물론 저소득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가 경제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넉넉한 집안의 자녀보다 낮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주, 대도시, 소도시 할 것 없이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조사는 여기서도 차이점을 보여준다. 큰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자라는 저소득층 어린이보다 소도시에서 크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어른이 됐을 때 소득이 향상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메트로폴리탄 지역과 소도시에서 각각 성장한 어린이가 26세로 성장했을 때 누가 더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대도시에서 자란 어린이는 상위 45% 범주에 머물렀지만 소도시에서 자란 아이는 상위 25% 안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미경제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다.
하버드대학교가 연방통계청과 함께 자녀의 미래 소득에 미칠 영향을 지역 단위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어떤 대도시에 사느냐, 어느 카운티에 사느냐, 이런 요소는 더 이상 소득의 차이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자녀의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이웃이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어떤 이웃과 어울려 사느냐가 중요하다.
<주택 가격의 영향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같은 ‘수퍼 스타’ 대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인구 밀집도가 덜 한 곳에서 성장한 자녀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된다는 사실은 통계가 제시하고 있다. 작은 도시에서는 소위 ‘신분 상승’에 들어가는 비용이 덜 든다. 오늘날 ‘좋은 이웃’에 둘러싸인 유리한 환경에서 사는 게 녹녹치 않다. 그러나 작은 타운에서는 중간 소득층 싱글맘이라도 가능하다. 대도시에서는 엄무도 못낼 일이다.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가 5년에 걸쳐 조사해 지난 2017년 발표한 통계가 이런 사실을 증명해 준다. 세대간 소득 향상 가능성이 높은 동네에서 살 수 있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인구 100만 명을 기준으로 대형 메트로폴리탄과 소형 메트포폴리탄 지역을 나눠 거주지를 렌트할 수 있는 소득 수준을 상중하로 조사했다.
대규모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좋은 동네’에서 렌트를 낼 수 있으려면 연봉이 32만8,000달러에서 59만3,000달러는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구 100만 명 이하의 소규모 메트로폴리탄에서는 필요한 소득 수준이 26만5,000달러에서 38만7,000달러로 떨어졌다.
인구가 작은 지역에서는 덜 벌어도 교육 환경이 유리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생활비가 덜 드는 만큼 돈을 버는데 시간을 덜 써도 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 양육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건강과 사회 보건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소셜 캐피털 프로젝트는 범죄 안전도, 싱글맘 출산, 인구 센서스 및 투표 참여율, 자선단체 기부 등을 놓고 대도시와 소도시를 비교했다. 인구가 적은 커뮤니티일수록 주민의 자원 봉사가 활발하고 인종 차별도 덜 했다. 백인 이웃과 어울려 사는 소수계 주민 비율도 더 높았다.
이 결과는 갤럽의 조사와도 부합한다. ‘내가 사는 지역은 내게 딱 맞는다.’ ‘항상 안전하고 치안이 좋다.’ ‘사는 집(아파트)이 가족에게 이상적이다.’ 이런 답변을 하는 주민이 갤럽 조사에서도 소도시에서 훨씬 많게 나타났다.
<가정의 생산성은 소도시가 더 높다>
물론 소도시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도덕적 가치만 높고 교육 수준은 낮은 경우도 있다. 실업률이 높은 곳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대도시가 의사나 변호사 등 일부 고소득 일자리를 얻기에는 더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도시 직장인의 생산성이 높은 반면 소도시에서는 가정당 생산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자본, 양질의 이웃,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킹, 협력 관계 등은 읽상의 삶 외에 일자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예상 밖으로 더 좋은 직장을 얻겠다고 대도시로 이주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설명>
Erik S Lesser /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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