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칼럼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

Views 3985 Votes 0 2018.05.02 15:45:23
10425402_10152822011085747_8767323338477420683_n.jpg


두바이 쇼핑몰에서 포에버21 매장을 맞닥뜨렸을 때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중동 한 복판에서 한인이 세운 의류 브랜드를 보자 남의 일만 같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포에버21 본사에서 회사를 창립한 장도원, 장진숙 부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청바지에 젊은이들이 입는 후드 재킷을 걸치고 모자를 쓴 장도원 회장은 겉모습이나 분위기 모두 20년은 젊어 보였다. LA 다운타운에서 조그만 옷가게로 시작한 이들의 사업은 이제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36억달러로 추산할 만큼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다.

몇해 전 이들의 미국 부자 서열은 88위. 수도 없이 많은 백만장자를 추월한 것이다. 부인 장진숙 씨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9위에 뽑히긷 했다.

워싱턴DC 패션거리인 조지타운에 2년 전 핑크베리 매장이 문을 열었다. 미국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LA에서 탄생해 이제 수도까지 진출했다. 문을 열자마자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이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은 자신의 벤처캐피탈 매버린을 통해 핑크베리 지분 50%를 구입하면서 2750만달러를 투자했다. 핑크베리가 창업된지 불과 2년 만이었다. 물론 창업자 황혜경, 영 리 두 사람은 거부가 됐다.

미국 대학은 5월이면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캠퍼스를 나서는 졸업생들의 얼굴빛이 요즘 몇년 동안 밝지만은 않다. 미국에서도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무보수 인턴으로 일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청년들 사이엔 창업 붐이 불고 있다. 취업도 쉽지 않은데다, 뻔한 인생에 연연하지 않고 아예 자기 사업을 벌이겠다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언론도 적극 보도에 나서고 있다. 어느 남자 졸업생이 거의 빈손으로 땅콩버터 회사를 만들어 성공했고, 어떤 여자 졸업생은 인도와 태국 여행서 경험한 향료를 바탕으로 아로마 오일을 만들어 대박이 났다는 등 사례도 무궁무진하다.

대학들도 창업지원센터를 차리고 적극 학생들을 돕고 있다. 지원센터를 연 대학만 2000여 곳에 달하고 창업학과라는 전공까지 생겼다.

창업지원 비영리기구인 카우프만재단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년 창업 열풍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지난 2012년의 경우 3월 한달 동안 새로 문을 연 비즈니스의 29.4%를 Y세대(20~34세)가 차지했다. 또 8세에서 24세 사이를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젊어서 사장이 되겠다’는 응답자가 40%를 넘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뉴스의 초점이다. 회사를 증시에 상장해 억만장자가 되고 오매불망 9년을 사귀던 중국계 여성과 결혼도 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청년 세대의 꿈이자 부러움 자체다.

다 알다시피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 모두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나섰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2010년 107만여명이 창업을 하고 86만여명이 가게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97년에는 70만여명이 비즈니스를 열고 34만여명이 폐업을 신고했다.

신규 사업자에 대한 폐업 사업자 비율이 50%도 못 미치던 게 80%로 치솟은 것이다. 인테리어와 프랜차이즈 비용 등으로 수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도 안 돼 수백만원을 간신히건진 케이스 등이 보도되기도 한다.

대기업으로 키운 창업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는 건 일단 뒤로 미루자. 조그만 식당, 카페, 작은 공장 하나도 창업하기 어렵다면 숨이 막히는 사회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취직을 할 수 있는가. 더구나 어찌 모두가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에 가는가. 또 그런 세상이 돼서도 안 된다. IT 천재가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태동시킨다는 스토리는 이런 환경에서 나오기 힘들다.

열정과 패기로 내 사업을 만드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야 한국판 저커버그 한 명이 나올까 말까다. 기다란 창업 행진 끝에 성공 기업 몇 개가 겨우 나온다. 아예 링에 오르기도 전에 청년의 기를 꺾는 세상은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자나 정치인, 관료 등 당장 실적을 쌓아야 하고 인기를 의식하고 이익을 거둬야 하는 사람들에게 창조의 여유 운운하기는 어렵다. 결국 본인이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넓게 봐야 한다.

창조적 마인드 없이는 더 이상 성공은 없다. 마음에 여백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게 아니라, 죽을 만큼 열심히 여유를 챙기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틈새가 보이고, 넓은 세상에 할 일이 많다는 게 실감나게 된다. <유정원 워싱턴특파원> <2012년5월21일>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sort Views

'뜨거워라' 온천 선교 '놀라워라' 복음 열매... 미야가와 목사·강옥희 사모

  • May 02, 2018
  • Views 597

레이크 엘시노(Lake Elsinore) 일대도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샌디에이고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농장과 붉은 돌산 풍경이 한가로웠다. 이제는 코로나 일대가 개발되면서 신흥주택가와 상가가 이어진다. 대형 아울렛 쇼핑몰도 레이크 엘시...

한국 기독교 산 증인 방지일 목사 97세에도 '쩡쩡한 설교'

  • May 02, 2018
  • Views 444

방지일 목사가 지난 9일 나성영락교회에서 주일예배 설교를 맡았다. 올해 춘추가 만 97세다. 지난해 목사 안수 70주년을 맞은 한국 기독교의 산증인이자 말 그대로 큰 어른 거목이다. 그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며 길선주 목사를 옆에서 보필했다...

이미지의 '건강한 포장' 실체 만큼 중요하다

  • May 02, 2018
  • Views 688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록펠러 3세가 지난 1956년 창립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방위에 걸쳐 아시아를 연구하고 교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단체다.이쯤이면 눈치챘겠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적 영향력이 상당한 ‘하이엔드’ 모임이다. 뉴욕에 본부를 두...

저커버그가 한국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

  • May 02, 2018
  • Views 3985

두바이 쇼핑몰에서 포에버21 매장을 맞닥뜨렸을 때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중동 한 복판에서 한인이 세운 의류 브랜드를 보자 남의 일만 같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포에버21 본사에서 회사를 창립한 장도원, 장진숙 부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

백악관에서 교도소로...성공의 쌍곡선

  • May 03, 2018
  • Views 672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으로 널리 알려진 조엘 오스틴 목사가 지난 2012년 워싱턴DC에서 부흥회를 열었을 당시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요일 오후 부흥회가 열리는 프로야구 내셔널팀 구장 ‘볼팍’으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교통정리에 나선 ...

사람 잡는 '융통성' 과 '시스템의 힘' 차이

  • May 03, 2018
  • Views 599

CBS방송의 코믹 드라마 ‘마이크 앤드 몰리’의 주인공은 경찰관과 교사 커플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타임에 방영된 인기 미드다.... 주인공 두 사람은 모두 뚱뚱하다. 그래서 생기는 이런저런 좌충우돌 스토리로 시청자들은 배꼽을 ...

백남준, 제레미 린, 한희준...한류의 힘 따로 있다

  • May 03, 2018
  • Views 726

'비디오 아트'라는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한국이 낳은 '전설' 백남준 선생을 생전에 인터뷰 한 기억이 떠올랐다. 호텔 로비에서 마주 앉은 그는 예외없이 맬빵 바지를 입고 있었다. TV세트를 부수는 퍼포먼스나 독특하다 못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와호장룡, 8월의 크리스마스 '감사의 계절'

  • May 03, 2018
  • Views 1564

"난 내 일생을 허비하였소. 이제 고백하리다. 평생 동안 당신을 사랑해 왔소." 중국 영화 ‘와호장룡’에서 주인공 리우바이(연기 주윤발)가 여주인공 수련(양자경)에게 죽기 직전 풀어놓은 고백이다. 지금은 없어진 캘리포니아 패사디나의 오래된 극장에서 상...

'여성의 시장'에 투자하라

  • May 03, 2018
  • Views 594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접경한 긴장 지역에 있지만 중동 국가 중에는 가장 개방된 나라다. 수도 암만의 올드시티에는 로마시대 원형 극장과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전통 시장과 오래 된 점포들이 굽이굽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신도시 쪽으로 가면 현대식 쇼핑...

부패관리 해부한 '캄비세스 왕의 재판'

  • May 12, 2018
  • Views 949

'나의 서양 미술 순례’를 다시 읽고 있다. 일본 도쿄게이자이대학교 법학부 서경식 교수가 약관 30대에 쓴 책이다. 재일동포 2세인 서 교수는 문명의 흔적을 더듬는 단서를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베스트셀러 저서들과 칼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글을 ...

매일이 성탄절인 세계 [1]

  • May 12, 2018
  • Views 613

미국 남가주 일대를 커버하는 주파수가 103.5인 FM 라디오 방송이 있다. 음악만을 24시간 보내주는데 DJ들이 늘 ‘103.5’를 강조해 청취자 사이에선 방송국 이름이 돼 버렸다. 103.5 FM은 12월이 되면 하루 종일 성탄절 캐럴만 들려준다. 한해가 저물 때까지 줄...

빠삐용은 시간을 낭비했다

  • May 12, 2018
  • Views 1151

‘빠삐용’은 포주를 죽이지 않았다. 교육자인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채 사창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건달이었지만 사람의 목숨을 뺏은 적은 없다. 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받았지만 사실 무죄였다. 야심과 오만으로 가득 찬 법정은 스물다섯 살 청년의 진실과 ...

인생의 선물 같은 순간

  • May 12, 2018
  • Views 638

선물 같은 순간이 있다. 감히 바라지도 못하고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가슴이 가득 차는 때가 있다. 인생의 길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운 충돌이다. 피곤을 달래주고 지나 온 여정에 의미를 얹어주는 축복이다. 서울 북촌이 인기다. 이제는 서촌까지 발길이 ...

샌타바바라의 젊은 영혼들

  • May 12, 2018
  • Views 549

UC샌타바바라 캠퍼스에 들어설 즈음 마침 관광버스 한 대를 만났다. 여름방학이 한창인데 대학교를 찾아올 관광버스라면 우리 일행 말고 누가 있으랴. 넓은 교정에서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이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버스를 열심히 쫒아갔다. 바램대로 버스는 ...

이별은 끝이 아니다

  • May 12, 2018
  • Views 981

뉴욕에서는 현대미술관(MoMA)을 반드시 가봐야 한다. 뉴욕 일대에 살거나 방문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MoMA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트니 미술이니 ‘그딴 것’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생에 꽃 한 송이 품는 마음으로 꼭 한번 둘러봐...

오! 솔레미요~~샌타바바라

  • May 14, 2018
  • Views 657

로스앤젤레스에서 태평양을 따라 북향으로 달리다보면 산타바바라를 만난다. 남가주의 북단 끝이다. 하지만 산타바바라는 이국적이다. 분명 남가주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지만 공기와 땅 그리고 기온마저 확연히 다른 정취를 품고 있다. LA 일대가 햇빛에 이글...

포기해야 할 순간들

  • May 14, 2018
  • Views 935

친구가 별로 없다. 잘못 산 탓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지만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덕분에 이제 와 뒤돌아보면 친구를 건지지 못한 이유가 영화 장면처럼 인생 곳곳에서 잡힌다. 그래도 친구라고 생각해 주는 ‘친구’가 있다면 가슴 저리게 감사...

등대를 찾아서...

  • May 14, 2018
  • Views 1161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추억 속에 펼쳐지는 장면이 그리울 때가 있다. 고향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은 더욱 진한 색채를 띠고 다가온다. 마치 거리 탓인 양 시간의 차이는 애써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게 제자리...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May 14, 2018
  • Views 828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혹해 진다. 다른 사람을 겨냥하던 화살이 갑자기 자신을 향하면 화들짝 놀란다. ‘정말 어떻게 해야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짬이 없다. 그런데 바로 이 ...

"젊을 때 싸우지 않아서 다행" 노인들 합창

  • May 14, 2018
  • Views 828

모두 걱정과 두려움이 끝이 없다. 하다 못해 서너 살 짜리 아이도 한숨을 내쉰다. 슬슬 긴장의 끈을 놓아야 할 노인까지 신경이 바짝 예민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근심이 없으면 인생을 아무렇게나 사는 것같은 요상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