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쥐 앤드류 목사
임현수 목사
초심을 지킨다는 건 힘든 일이다. 커지고 기름지면 높아진 걸로 착각하는 게 세상사다. 그래서 크고도 낮은 자는 겸손하다.
한인 이민의 물결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는 겉모양은 딴 판이지만 속 깊이 꼭 닮은 두 교회가 있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캐나다 교회고 다른 한 곳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민교회다. 두 교회의 구성원이나 문화와 풍토는 캐나다와 한국의 차이만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원칙과 진리를 좇는 두 교회의 알맹이는 신기하게 일치한다. 그 닮은 꼴은 겸손과 복음 전파다.
피플스처치
교인 세명중 한명 선교사, 선교예산 경상비의 20배
'피플스처치(Peoples Church)'는
그 이름을 딴 교회가 세계 곳곳에 퍼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교회다. 지교회는 아니지만 미국에도 캘리포니아 오클라호마 등 각지에 그 이름을 따르는 교회들이 즐비하다.
특히 국제 선교계에서 피플스처치는 전설로 통한다. 1928년 선교사 출신 오스왈드 J. 스미스 목사가 이 교회를 개척한 이래 피플스처치의 역사는 선교의 역사였다.
선교의 절정을 이루던 지난 1990년 당시에는 1800명의 교인이 650명의 선교사를 섬기는 기적을 이루기도 했다. 또 교회 경상비가 100만 달러이던 시절 선교예산은 2000만 달러에 달했던 '이상한 교회'다.
교인 세 명 중의 한 명이 어떤 모양이든 선교에 헌신하는 교회 세계에서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한 교회 등이 피플스처치를 설명하는 말이다.
그러나 피플스처치는 겉모습부터 일체의 허영과 낭비를 거부한다. 교회를 찾은 방문객은 우선 실망한다. 셰퍼드스트리트 선상에 자리 잡은 피플스처치는 높은 십자가 탑도 하나 없어 지나치기 십상이다.
예배당 내부는 더 하다. 값비싼 파이프 오르간은커녕 장식이라곤 눈 씻고 봐도 없다.
콘크리트 벽돌 위에 페인트를 칠 한 벽이 그대로 보이고 딱딱한 긴 의자들만 줄지어 있다. 매주 TV로 캐나다 전역에 생방송되는 예배의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부속 시설도 마찬가지다. 본당을 중심으로 좌우 양편으로 이어진 교육관도 아담하다. 그나마 주중 내내 부속학교로 쓰인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개설된 이 부속학교에 들어가려고 3년 전부터 입학원서를 내놓고 기다린다.
교실도 적고 검소하기 이를 데 없다. 교회를 찾은 날도 대예배당 안에서 학생들이 음악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회는 연중 쉴 날이 없이 100% 활용되는 것이다.
4대 담임 찰스 프라이스 목사가 지난 2001년 부임했지만 레쥐 앤드류 수석 행정목사는 교회의 최고참 산증인이다.
그럼에도 방문객을 맞는 그의 모습에는 친절과 겸양이 가득하다. 목회자가 이러니 직원들과 교인들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피플스처치는 건물과 사람 모두 군살 없이 검약하다. "그래야 세상 끝까지 선교할 영성과 자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앤드류 목사의 말이다.
큰빛 교회
토론토 최대 한인교회, 예산 40% 선교에 투입
피플스처치와는 반대인 토론토 시내 서쪽 화물창고 지역에 위치한 큰빛교회 역시 겉모습은 후줄근하다.
더구나 창고를 개조한 입구만 보면 토론토 최대 한인교회라곤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 교회는 700여 명의 교인이 단기선교에 나서고 교회 전체 예산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가 선교에 투입되는 곳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선교 역량을 집중하던 몇 년 전에는 한 번에 380명의 성도가 선교를 떠나 아예 비행기를 전세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중동지역 선교에만 벌써 400명이 동참할 예정이다.
큰빛교회 성도는 3500명 정도다. 한인 인구 10만 명의 토론토에서 영락교회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
“피플스처치는 우리의 롤 모델입니다. 교회의 역할은 복음을 전해 구원과 평화를 나누는데 있는 거니까요. 우리도 교회 운영비용이 얼마든 상관없이 선교예산을 먼저 독자적으로 세우는 계획을 추진할 겁니다.”
내년 가을에 입주 예정으로 새 성전 건축에 돌입했다. 그러나 담임 임현수 목사는 선교예산을 더 확충하기로 당회가 결정했다고 전했다. 예배당 짓자고 선교를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임 목사는 정작 20년 전 유학 올 때 살던 낡은 투베드 룸 렌트아파트에 지금도 살고 있다. 핀치애비뉴와 제인스트릿이 만나는 저소득층지역이다.
자동차는 기아 미니밴을 몰지만 그나마 집에서 쓰면 자신은 남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기 일쑤다. 그래도 일 년에 두 달은 선교 현장에서 보내며 열정을 불사른다.
본질에 충실한 교회는 낭비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돈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당장 눈앞에 펼쳐진 사명에 쏟아 붓기 바쁘다. 그들이야말로 축복의 비밀을 알아채고 만끽하고 있는 까닭이다.
2006/02/09
캐나다 토론토= 유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