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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가족 부양, 이 사이에서 30대 직장인들이 갖는 수수께끼가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같은 곳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아무리 안정적이고 성장하는 직종에 종사한다고 쳐도, 이런 도시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돈이 아주 많거나 ‘빵빵한’ 학위를 소지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의료비와 자녀 양육 비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오르지만 월급은 제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오죽하면 어떤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을까. “40세 이하의 미국인에게 21세기는 길고 긴 불황 그 자체일 뿐이다.”
“수 많은 30대가 여전히 부모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런 부모를 가진 운 좋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요.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했을 때 요즘 X세대는 같은 나이 때 수입이 더 낮은 편이에요. 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시기에 불경기가 들이 닥쳤죠. 그리고 30대에 접어들었을 때는 결혼, 출산, 집 마련 등 세상의 라이프스타일과 비용이 급변했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재정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너드월렛 회사의 재정 전문가 킴벌리 팔머의 분석이다.
현재 21세에서 37세 사이의 미국인 젊은이 중 무려 절반이 넘는 53%가 어떤 형태로든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셀폰 페이먼트(41%), 식료품과 자동차 개스값(32%), 주거 비용(40%), 건강보험료(32%) 등 도움을 받는 부분도 다양하다.
돈을 주지는 않지만 몸으로 돕는 경우도 있다. 킴벌리 팔머 본인이 좋은 사례다. 올해 39세인 그녀는 워싱턴DC 교외에 살고 있다. 팔마의 부모는 매달 20~25시간씩 그녀의 세째 아기를 맡아 준다. 만약 베이비시터에게 가면 아무리 못 줘도 일년에 6,000달러는 지불해야 한다.
자녀를 키우는 30대 부모가 일년에 가족으로부터 받는 지원은 평균 1만1,011달러 정도이다. 여기에는 돈 외에도 육아 노동 같은 수고가 모두 포함돼 있다. 전국적으로는 연간 2,53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가 된다. 이들 중에서 육아나 가사 등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이 25% 정도이다. 18%는 부모의 재정 지원 없이는 현재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30대 소위 ‘밀레니얼 부모’ 세대는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출산을 하고 있다. 이들 ‘밀레니얼 부모’의 50% 이상이 자신이 번 돈으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사립학교 비용이 일년에 3만달러가 넘는 뉴욕 같은 곳에서 가족이 살려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 “교육비는 특히 많이 들지만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손녀가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죠.” 뉴욕의 교육 컨설팅 전문가 다나 하다드는 이전에 고급 사립학교인 호레이스 만 스쿨에서 입학담당 디렉터로 일했다. 당시 학생들중 10~15%는 조부모가 학자금을 내줬다고 그녀는 말했다.
적어도 중산층 이상 미국 사회에서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사회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87년부터 1991년까지 방영된 TV 드라마 ‘30대’에서는 주인공 부부가 부모와 경제적으로 독립돼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 라인의 기본을 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30대의 자화상은 훨씬 어른스럽지 못하다. 적어도 전통적 기준으로 보면 말이다.
아주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당신은 가족과 재정적 연결 끈을 끊었습니까? 아니면 그대로 이어가고 있나요?’ 돈을 얼마나 버는 지, 경력은 어떤지, 인생의 선택 등에 따라 답변은 다 다를 수 있다. 킴벌리 팔머의 대답은 사실 아무도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대변해 준다. “검소하게 살고 저축하라고 말하는 건 쉽지요. 하지만 부모의 도움을 받는데 대해 별로 창피하다는 생각은 없어요.”
사실 도울 여력만 있다면 부모가 자녀를 지원하는 건 새로울 게 없다. 오늘날 문제가 다른 점은 이런 것이다. “경제가 극도로 양극화 되고 근로자 임금은 오르지 않으면서, 자녀를 지원하는 역할에서 가족의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재벌 기업 오스카마이어 식품회사 상속자인 척 콜린스의 지적이다. 그는 책도 썼다. 책의 제목이 길다. ‘날 때부터 삼루에 진출하다 ; 1%가 일을 이룬다. 불평등과 싸우며 집안에 부를 가져오고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늙은 부모의 도움을 받는 30대 젊은 ‘밀레니얼 부모’가 게으르고 의존적인 것은 아니다. 샌디에이고 카운티 YMCA 에서 부디렉터로 일하는 수잔 알바레즈는 연봉 7만2,000달러를 받는다. “정말 잘 받는 거예요. 그렇지만 콘도 아파트를 사기도 쉽지 않아요.” 지난해 그녀의 부모는 콘도 구입 다운페이를 돕기 위해 5만달러를 수잔에게 건넸다. 콘도 가격은 43만5,000달러였다.
“부모님은 쿠바에서 이민왔어요. 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학을 졸업하던 2008년 경기는 불황으로 돌입했어요. 부모님은 이 모든 모습을 지켜 보셨죠. 그때는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23세가 되도록 제대로 돈도 벌지 못했어요. 돈을 벌 수 있는 2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죠.”
메리 월리스는 20년이 넘게 보스턴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고 있다. 요즘 그녀가 상대한 30대 고객 중에서 가족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집을 구입한 케이스는 한 건도 없다. “우리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통 20%는 다운페이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어요. 이 말은 처음 집을 사려면 8만달러에서 10만달러는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 세대에게 총 30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남길 것으로 집계됐다.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든, 공짜로 손자 손녀를 돌봐주든, 1만5,000달러가 넘는 선물을 넘겨 주든, 모든 것을 포함해서다.
양육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이몬 아이작은 올해 38세이고 뉴욕 브루클린에 산다. 그 역시 부모의 도움으로 집을 샀다. 그리고 그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운다.
아이작은 말한다. “’나는 자수성가 했어. 내 힘으로 일어섰다구.’ 이런 말은 밀레니얼 부모 세대에게는 흘러간 옛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본인이 누리는 부모의 도움이나 인종적 혜택을 숨기는 짓이기도 하고요.”
<사진설명>
킴벌리 팔머가 세째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부모와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부모는 출산한 갓난 아기를 돌봐주고 있다. Justin T. Gallerson for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