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보이지 않고 인생은 언뜻 사람의 몸부림만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믿음의 길에서 우연은 없다. 치밀하고 장대한 계획이 신앙을 통해 삶을 짜맞춰 가기 때문이다.
조 다니엘 목사의 성도는 병사와 죄수다. 그는 현재 미 육군 소령으로 78사단의 군목이다. 사단 군목으로 대령과 중령 진급 대상자를 위한 과정도 얼마 전에 마쳤다. 조 목사는 14년 동안 군목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예비군(reserve) 소속이다.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차이일 뿐 모든 규정과 과정은 동일하다.
조 목사는 페어튼 연방교도소에서 채플린으로도 일하고 있다. 미 전국에 115개의 연방교도소가 있는데 약 300명의 목사가 풀타임 연방공무원 채플린으로 일한다.
연방교도소에서 조 목사는 영어권 및 히스패닉 수감자들과 각각 따로 예배를 인도한다. 수많은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온갖 종류의 상담을 한다. 그의 직급은 G-12로 15등급 가운데 최상위층이다.
병영에서는 젊은 병사들의 훈련 고충을 달래고 예배를 집례하며 복음을 나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베테런이다. 그곳에서도 조 목사는 소대 단위의 전투 현장까지 동참하며 병사들을 돌봤다. 당연히 생사의 갈림길을 여러 번 경험했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지역에서는 정찰 도중 포위된 채 공격을 받아 머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장에서나 교도소에서나 조 목사는 용감무쌍하다. 그는 한국 해병대 북파 특수공작대 ‘망치부대’ 출신이다. 신학교를 다니다 자원입대한 그는 해병대에 차출됐다.
“영화 실미도 같은 거죠. 360개 급소를 타격하는 것부터 별의별 훈련을 다 받았어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하나님이 저의 인생 내내 그때 경험을 사용하실 것이라는 건요.”영어도 시원치 않은 이민 1세가 미군 군목을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훈련장에서 레펠타워에 올라가 수백 명의 장병에게 설교를 했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너희도 할 수 있다.” 그리고는 곧장 하강 시범을 보였다. 그것도 정면으로 땅을 본 채로 허공에 몸을 날렸다.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연방교도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지나온 길을 나누고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시고 저를 이끄신 간증을 나누면 모두 놀랍니다. 거친 죄수들이지만 일단 기선을 제압하는 거죠. 그리고 복음을 통해 소망을 나누기 시작합니다.”인생의 극한 현장인 전장과 교도소에서는 성령의 기적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패니시 예배에서 통역을 맡은 성도는 종신형을 두 번 겹쳐 받았어요. 도저히 살아서 나갈 수가 없는 거죠. 예배 도중 갑자기 ‘이중 신실한 누군가 교도소를 나가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진짜 그 교인이 18년 만에 특별 사면을 받고 출감했습니다. 이후로 3명에게 이런 일이 더 일어났죠.”
영어를 못하던 군목 초기 시절 예배는 물론 수많은 상담을 거치면서 겪은 기적 같은 이야기도 한마디로 ‘살아계신 하나님’의 증거일 뿐이다. 오죽하면 대대장이 그에게 물었다. “이런 말은 뭐하지만...조 목사 영어를 잘 못 알아듣겠는데 어떻게 병사들이 상담만 하고나면 180도 바뀌는 건가? 비결이 뭔가?”남가주에 위치한 아주사신학교를 졸업한 조 목사는 라스베가스 장로교회 담임을 지낸 바 있다. 그가 후배들에게 줄곧 당부하는 말이 있다.
“머뭇거릴 필요 없습니다. 기도하고 나가면 성령님이 인도하고 도우십니다. 영어 설교도 해야 되면 피하지 말아야 해요. 영성을 갖춘 EM 사역자 구하기가 힘들잖아요.” ‘말로 목회 하니? 목회는 내가 한다.’ 조 목사가 두려워할 때 하나님에게 받은 ‘말씀’이다.
2017-2-16 미주한국일보
<유정원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