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선교 여행길에서 이스라엘 여행 가이드를 맡은 임창목 집사(사진)는 이스라엘 거주 7년째로 히브리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다.
유창한 히브리어를 구사해 선물가게에 들를 때면 종업원들이 다시 쳐다보는 경우가 잦았다.
임 집사의 아버지는 인천 제일성결교회 담임 임석빈 목사이며 성결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강선영 목사는 부친의 외삼촌이다.
예루살렘과 쿰란 사본 발견지 갈릴리 지역을 안내하며 정곡을 찌르는 명설명을 펼쳤다.
"성지 순례객들은 겉만 둘러보고 감정에 젖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간 길도 지금은 많이 바뀐 거죠. 중간 중간 숫자를 메긴 성지도 모두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천 몇 백 년이 지난 다음 정해진 것이고요."
더구나 이 천년 세월 동안 대부분 유적지는 파묻히고 그 위에 건물이 몇 번씩 세워졌다 무너지길 반복하면서 땅 자체가 몇 미터씩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예루살렘 유적지 전체가 정교회와 가톨릭 성당으로 덮여있다. 십자가 터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 있었다는 자리는 대 여섯 종파가 보이지 않는 금을 긋고 공간을 분할한 채 각각 수도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온갖 장식물과 향 연기 촛불로 어지럽게 채워진 성지는 복음의 핵심과 형식적 껍질을 대비를 떠오르게 한다.
"성지 건축물이나 장소에 연연하기보다는 성경에 쓰인 대로 예수님께서 펼친 사역과 메시지를 음미하는 게 나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성지에 빠지지 말고 묵상하며 다닐 필요가 있습니다."
예루살렘 뿐 아니라 어딜 가도 웅장한 기념 건물이 세워져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느끼기는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소의 사실 여부를 떠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기길 수 있는 현장감은 순례의 만만치 않은 소득이다.
"성지는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것 아니겠어요? 다만 이스라엘 현지에서 발로 밟으며 '영혼의 성지'를 발견하는 은혜를 누릴 수 있다고 봅니다. 유대인들의 율법 생활을 엿보며 복음이 주는 자유와 기쁨을 새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요."
성경을 한손에 들고 성지를 안내하는 젊은 임 집사의 열정에서 장래 또 한 명의 사역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2006/06/01
예루살렘=유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