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두인 족은 사막이 고향이다. 지금도 광야에서 살며 땡볕 밑에서 양을 기르고 모래 바람에 땀을 식힌다.
그러나 동시에 베두인 족은 아랍 여러 나라의 지도층을 이루고 있다. 왕가의 뿌리가 베두인에 있다.
요르단은 그 중에서도 국가의 근간을 베두인이 이룬다. 국왕 압둘라 2세도 물론 베두인 족의 혈통이다.
십여 년 전 인구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부족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베두인 부족이 총을 들고 일어나 국왕을 지켰다.
낙타와 양을 끌고 다니는 전통적 이미지와 첨단 오일 파워의 현장이 베두인에서 오버랩되는 것이다.
요르단 베두인 족의 원로 무바라크 살레를 만나러 가는 길가에도 낙타가 여기저기서 한가롭게 떠돌고 있는 풍경이 계속 눈에 띤다.
올해 66세인 무바라크는 400여 명이 모이는 부족회의 의장을 지낸 적이 있는 베두인의 큰 어른이다.
‘복 받은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는 베두인 족의 학교를 안내한 뒤 자신의 집으로 한인 방문객 일행을 이끌었다.
손수 차를 내오고 계속 마시길 권하면서 그는 양을 잡을 테니 점심까지 먹고 가라고 강권했다. 미국에서 온 '코레아 원로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는 정부의 허가만 있으면 미주 한인 2세들이 부락을 찾아 영어나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일을 대환영한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미국의 한인 교회 장로들이 머나 먼 중동의 땅 베두인 부락을 찾은 연유는 협력선교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선교 난공불락의 땅' '무섭고 낯선 사람들' 등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된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한국의 한인교회 장로들이 현지 교회와 난민을 도우려 손잡고 나선 것이다.
남가주장로협의회는 3월에 요르단을 거점으로 중동선교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장로총연합회도 지난 4월 450명의 대의원이 모인 전국총회에서 중동선교 협력사역을 펼치기로 결의했다.
한국장로총연합회는 62개 교단의 4만여 교회에 소속된 장로들로 구성된 본국 최대의 평신도 단체다. 내로라하는 각계 지도자들이 망라돼 있고 교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 만큼 지대하다. 본국의 대표적 교계 단체와 미주 한인 교계 지도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역을 함께 펼치기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남가주장로협의회 강동희 회장과 이지원 장로는 협력사역의 현장 파악과 선교 체험을 위해 12일간 요르단부터 이스라엘 아랍에미레이트와 아프가니스탄의 선교지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벌였다.
"중동선교는 지금까지 한인교회가 외면해 온 측면이 큽니다. 어렵다 효과가 별로 없다 두렵다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다 등등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지요."
그러나 강 장로는 베두인 부락을 방문하고 현지 교회의 사역에 동참하면서 중동선교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며 '선교는 역시 하나님이 직접 하신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놀란 건 무슬림들이 무척 친절하고 가슴이 따뜻하다는 겁니다. 한국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대접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현지 교회와 선교사님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안 보이는 새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강 장로는 선교지 순방을 마친 뒤 현장 상황과 선교 계획을 구성해 본국 장로들과 자세한 일정을 의논할 계획이라면서 9월에 한국장로총연합회 회장단이 요르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요르단을 중심으로 인근 중동지역의 사역 지도자들이 암만에서 한인 대표들과 만나 현지 교회를 향한 지원과 난민 구호 및 전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요르단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 등 서방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현지인 교회도 있고 사회도 개방적이죠.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따뜻합니다. 게다가 이라크 난민이 100만 명 정도나 몰려 있습니다. 중동 선교에 이렇게 적당한 토양은 없습니다."
이제 한인 이민교회는 중동 선교의 새로운 장을 연다. 그리고 본국의 수 많은 교회가 그 길을 나란히 간다. 광야는 목마르고 무덥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의 땅으로 반드시 이어진다. 가나안에 다다른 민족이 해야 할 몫은 아직 뒤에서 광야를 헤매는 이웃에게 물을 주며 방향을 인도해 주는 일이다.
2006/06/01
요르단 =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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