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는 개척교회 목사다. 그러나 이전에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목사였다. 1년에 성도가 1천 명이나 불어나는 교회의 담임이었다. ‘이게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정상의 자리에서 그는 홀연히 물러섰다.
지금 그는 ‘높은 뜻 숭의교회’의 협동목사 중 한 사람이다. 남산에 있는 숭의여자대학 강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이제 교회를 세운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소강당을 빌어 어린아이까지 99명이 모여 예배를 시작했다. 장로도 집사도 없었다. 아무런 프로그램도 만들지 않았다. 예배는 주일에만 드렸다. 담임목사도 없다. 박은호, 오대식 목사와 김동호 목사 세 명이 은사에 따라 일을 나눠 한다.
그래도 소문은 바람결에 퍼지고 사람들은 찾아 왔다. 예배당은 소강당에서 대강당으로 옮겨지고 이제는 4부 예배를 드려야 할 정도다. “부목사와 ‘팀 사역’ 한다고 협동목회는 아니지요. 박 목사나 오 목사는 모두 어느 교회에 가도 담임을 감당하기 부족함이 없는 목회자들입니다.”
김동호 목사의 협동목회론은 ‘목사’라는 직분과 ‘교회’라는 공동체의 새로운 시각과 연결된다. 김 목사는 ‘목사 만이 성직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나름대로 하나님의 소명이 있고 모두가 성직자라는 것이다.
이런 그의 주장은 자연스레 교회의 ‘스타 플레이’ 현상과 엇갈리게 된다. ‘스타’ 담임 목사 한 사람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성장하는 게 건강한 교회라는 이야기다.
“대학병원이나 회사를 보십시오. 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몫을 다해냅니다. 원장이 바뀐다고 병원이 흔들리고 사장이 물러난다고 대기업이 문을 닫습니까.”
그러면서 김 목사는 아이아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을 지적했다. ‘재임 시에는 경영이 좋았지만 자신이 물러나자 다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총수로서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목회의 전문성을 크게 강조한다. “목회라는 전문적 일을 수행하는 직업인이 목사다. 아마추어가 목회 할 때 교회의 질이 떨어진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좋은 교회는 어떤 것인가’ 물었다. “기본이 든든한 교회죠. 손님 끌듯이 각종 프로그램으로 치장한다고 사람들이 속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기본은 ‘예수 잘 믿는 것’이다. 기본이 약하면 ‘적당히’는 할 수 있지만 결국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목사나 장로가 아닌 하나님이 주인이 돼야 비로써 ‘좋은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판 걸어놓고 믿는 재간 부리면 안 된다’는 지적은 뼈를 아프게 한다.
지난해 초 ‘높은 뜻 숭의교회’는 목사 연봉 연구위원회를 발족했었다. 교회는 재정을 인터넷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러자 목사 연봉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연구위원회가 구성됐다. 결과는 숭의여자대학 교수 수준이 적당하다는 것이었다. 김 목사도 2년제 대학 교수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그의 저서 ‘깨끗한 부자’는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른바 ‘청부론’이다. 김 목사는 그 내용을 정리해 줬다. 우선 ‘부자라고 잘 사는 거 아니다’. 다음은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도 절대 아니다’.
다음이 청부론의 정수다. ‘세상을 위해 진정한 크리스천이 부자가 될 필요가 있다’. 부의 소명을 받은 욕심없는 사람이 돈을 벌면 가난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돈을 욕심이 아닌 소명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편견도 버려야 합니다. ‘가난해서 훌륭하다’는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되죠.” 옳고 그름의 기준을 가난과 부요함으로 삼는 게 가장 미숙하다는 게 김 목사의 생각이다.
김동호 목사가 실천하는 리더십은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일 안 하는 게 내가 할 일입니다.” 최고의 지도자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을 뛰어 넘어야 하는 수준이다. 자신이 동분서주 안 해도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게 만드는 리더십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다.
김 목사의 둘째 아들은 한동대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다 그만 뒀다. 서울대도 뿌리치고 간다는 한동대를 나와 아들은 영화를 공부한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후원이 든든했음은 물론이다.
“조금 늦더라도 잘 선택한 거죠. 영화감독도 하기에 따라 성직자입니다. 그리고 두 끼 먹고 살면 어떻습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김 목사는 4일과 5일 복음방송이 주최하는 목회자세미나를 이끌고 6일부터 사흘간 LA지구촌교회에서 ‘기본에 충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제목으로 집회를 인도할 예정이다.
2004/02/03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