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엔 변호사·CEO 등 쟁쟁, 명예·부 포기하고 승선지원 '이민 경험 많은 한인 동참을' 기사입력 2007/11/27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선교단체 OM선교회 선박 둘로스 호에는 '바다에 떠다니는 UN'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복음을 전하는 이 배에는 현재 54개국에서 모인 350여 명의 '남녀노소'가 타고 있다.
# 조 파커=50대 중반의 미국인 남성. 직업은 슈퍼마켓 체인 오너. 그가 소유한 마켓 체인은 미국 전체 대기업 상위 1%에 포함될 정도의 쟁쟁한 업체다. 아버지에게 작은 식육점을 물려받아 오늘날의 대형 체인으로 키웠다. 지난 1987년 둘로스 호에 처음 승선해 1992년까지 머물렀다. 지난해 다시 돌아 온 파커 씨는 현재 서점을 운영하는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선교와 비즈니스를 함께 꾸려갈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업체는 동생에게 맡긴 상태.
# 에밀리 노트붐=30대 후반의 네덜란드 여성. 최대 로펌에서 한창 잘나가던 미모의 변호사. M&A(기업 인수 합병) 전문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돈과 명성을 누렸다. "내가 주님을 위해 하는 일은 뭐지?" 어느날 찾아 온 의문에 고민하다 둘로스 호를 만난 뒤 사표를 썼다. 처음에는 서점에서 일 하다 지금은 기항 예정지에 미리 파견돼 사전 준비를 하는 선발대 요원으로 섬기고 있다. 방콕 선발대에선 좌절을 겪었지만 이후 홍콩 선발대 팀장으로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3개월간 휴가 중이며 돌아와선 2년간 배를 더 탈 계획이다.
# 김대중=40대 중반의 한국인 남성. 대형 화물선 기관장 출신으로 선박회사 중역을 지냈다. 2004년부터 2년간 둘로스 호를 타고 하선했으나 올 1월 기관사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자 만사를 뿌리치고 긴급 복귀했다. 겸손한 인품과 진실한 신앙으로 배 안의 여러 나라 사람에게 존경을 모으고 있다. 최근 "3등 기관사를 하겠다"고 스스로 강등을 요청해 다시 한 번 감동을 모았다. 이유인 즉 "시간이 더 많아 2등 기관사를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 허트 얀=30대 초의 네덜란드 남성. 전도양양한 변호사로 일하던 중 기도하다 "나가라"는 하나님의 감동을 받고 승선했다. 변호사 신분을 밝히지 않아 5개월 간 주방에서 접시 닦는 일을 맡았다. "주어진 상황서 주님을 충성되게 섬기느냐가 중요할 뿐"이라는 게 그의 답변. 은사와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무장으로 전보돼 맹활약하고 있다.
둘로스 호에는 하버드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 출신도 심심치 않게 타고 내린다. 그리고 거친 이력을 가진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못 배운 사람도 똑 같이 대접 받으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이들 모두를 이끌고 파도를 헤쳐 나가는 리더는 한인 최종상 선교사다. 백인 엘리트 후보자들을 제치고 유색인종으로 처음 둘로스 호 단장을 맡은 게 2004년. 그 동안 누적된 문제를 한인교회의 도움으로 시원하게 해결해 신망이 대단하다.
낡을 대로 낡은 선교용 차량을 한국산 밴 여덟 대로 교체했고 인터넷도 못하던 배에 인공위성 통신시설을 설치했다. 노후 된 선실도 업그레이드해 젊은 선교사들의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사람은 바뀌어도 둘로스 호의 사역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전도 구호 국제문화교류 등 문화와 종교를 떠나 모든 나라를 찾아 공식적으로 활동합니다. 이민교회와 한인 크리스천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으니 많이 동참하면 좋겠어요."
미주 지역을 순회한 최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남가주를 방문해 이민 경험이 풍부한 한인의 동참을 적극 격려했다.
미주 중앙일보 유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