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도시 쪽으로 가면 현대식 쇼핑몰과 빌라들이 즐비하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스타박스 커피를 즐기는 요르단 여성들로 넘친다.
요르단 국립대학에서 여대생들을 보면 절반 정도는 히잡을 두르지 않고 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마음껏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이 숨통을 트게 한다....
자세히 보면 히잡으로 머리와 목을 가리고 얼굴만 빼꼭 내민 여성들이 더 눈길을 끈다. 아마 집중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중동 여성 특유의 뚜렷한 눈과 코 등 얼굴로만 시선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나라에 따라 여성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요르단보다 몇 배는 더 오픈 돼 서구 국가들과 온갖 사업을 벌이는 두바이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차도르로 몸을 가린 여성들이 많다. 외국인 여성이야 그럴 필요가 없지만 현지 여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율법을 지켜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종교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나라다. 여성에 대한 투표권은 지난 2004년에야 허용됐고 운전은 아직도 금지돼 있다. 이곳에 몇 년전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사가 부임했다. 그루지야의 예카테리나 대사다. 그녀도 사우디에선 에디야로 불리는 전통 의상으로 몸을 가려야 했다. 아무 관계없이 낯선 남자와 한 공간에 있는 것도 여성 대사에게는 금기 사항이었다. 유럽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을 놓고 찬반 논쟁이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각자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고 볼 일이다. 이슬람 나라의 문화와 법규를 존중해야 하듯 유럽의 전통과 관습도 소중한 것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여성을 후계자로 지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남의 고통에 더 민감하고 남자보다 매력적이라 관심을 많이 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여성의 파워는 심지어 라마불교에서도 넘실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왔지만 이제는 실무 권력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 한창 국무장관으로 일할 당시 세계 최대의 군사동맹체인 나토에서 외무·국방장관 회의가 브뤼셀에서 열렸을 때이다. 여기에 참석한 힐러리 장관은 물론 덴마크는 두 부처의 장관이 모두 여성이었다. 스페인,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는 국방장관이 여자였다
유교 전통이 강력하게 남아있는 아시아에서도 여성의 입김은 날로 커지고 있다. 비단 정치 뿐 아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100억 위안(1조6800억 원) 이상의 부자 가운데 여성이 13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을 치루고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의 정상도 여성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남미 지역의 세 번째 여성 대통령이다.
이제 신흥 경제강국들인 브릭스(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 중에서 인도에 이어 브라질에서도 여성 수반이 통치한다.
기독교인이 그렇게 많다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차별과 구별은 다르다. 예루살렘이 한 호텔에서 안식일에 유대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앞부분은 남자들이 앉고 중간에 나즈막한 담을 치고 뒤편에 여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식일이라고 엘레베이터 단추도 누르지 않는 그들의 율법에 저절로 혀를 차던 때였다. 한국 사람들도 교회 모임에서조차 남자 따로 여자 따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익숙한 모습이 됐다. 일은 여자들도 다 하는데 리더십은 남성 천하다. 여자라고 구별하는 척하면서 차별한다면 하나님인들 기뻐하시겠는가.
여성은 세상의 인적 자원의 절반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남성보다 낫다. 솔직히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남자보다 여자를 훨씬 더 쳐준다. ‘여심’을 적극 활용하면 이길 수 있다. 발전을 촉진하고 성장의 ‘플러스 알파’를 얻을 수 있다.
가정에서나, 회사에서나, 국가 차원에서도 아직 개발 안 된 무궁무진한 재산이 바로 여성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나머지 반쪽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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