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로고스

겉은 거칠어도 속 아름다운 패류 같은 기독교인 돼야

Views 246 Votes 0 2018.11.06 13:12:30


자작나무 숲 사이를 훑는 바람소리에 하나님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는 산 정상에서 평원을 내려보며 창조주의 섭리를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는 바닷가를 걸으면서 그리스도인의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홍순관 목사의 여행길에는 커다란 가방이 따른다. 그 안에는 온갖 패류가 가득하다. 인도양의 사람 머리만한 조개부터 남태평양 해변가에 흘러든 무지개 빛 고동까지 그리고 캘리포니아 비치를 굴러다니는 작은 조개도 소중하게 제 자리를 잡고 있다.



홍 목사는 탁자 위에 각양각색의 패류를 늘어놓고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가 마련한 ‘패류를 소재로 한 삶의 이야기’는 해변에서 마주치는 하나님을 전하는 시간이다. 지난주 남가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향린교회에서 열린 사랑방 대담도 어느새 패류가 담아온 바다 내음에 잠겨들었다.

“파도는 해변 바위에 부딪히면서 위로 치솟습니다. 수평으로 움직이다 비로소 수직으로 상승하는 거죠. 사람의 욕망과 그리움도 하나님이라는 벽과 조우할 때 다른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어요. 깨지고 흩어지지만 날아올라가는 거지요.”

홍 목사는 뉴욕 주립대학교 교목을 지내는 등 미국과 캐나다에서 다양한 이민목회로 30여년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순천 YMCA가 세운 대안학교인 평화학교에서 첫 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지만 순천의 남해 바닷가를 수시로 걸으면서 그는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도리에 대해 생각을 곱씹었다.

“벌교 뻘에서 조개를 캐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사람은 인생 후기에 삶의 아우성이 끝나야 철이 든다는 걸 알았습니다. 햇빛은 보이지 않지만 바다 표면에서 반짝이죠. 하나님의 빛도 나의 반사판에 부딪힐 때 보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거울이에요. 그 사람의 영광과 수치가 바로 내 것입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갈 때마다 바다를 찾고 조개를 줍는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른 수많은 패류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안의 아름다움’이다.

“속이 아름다워야 진짜 아름다운 거잖아요. 패류는 겉은 거칠지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경이로운 빛을 발하고 있어요. 사람도 포장하고 교회에 나오면 안 됩니다. 그런 건 언제 벗겨질지 모르는 거죠. 내 안을 닦고 꾸미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홍 목사는 앵두 크기의 씨앗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바닷가에 흘러온 나무의 씨앗도 영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창조적 언어를 분석하기를 즐겨야 합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말고 텅 빈 그림틀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세요. 시도 소설도 연극도 다 그 안에서 나옵니다. 사도 바울도 ‘무정한 게 죄’라고 했습니다. 죽은 것처럼 살지 말고 뛰는 가슴으로 하나님이 주신 상상력을 키워 보세요.”

생명의 기원인 씨앗은 순전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홍 목사는 말했다.

“이걸 인정하면 생명의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다 내 것, 내 덕분이라고 하면 도둑이 되는 거죠. 나의 재능 일부도 남의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필요한 사람의 몫이죠. 이게 공생애 삶이고 건강한 인생입니다.”

살 수 없는 사람과 살고, 함께 갈 수 없는 사람과 가는 게 바로 순교라고 홍 목사는 농을 쳤다. 해변의 몽돌은 부딪혀 서로를 깎으면서 모와 각을 없앤다고 말했다. 경쟁과 혐오, 질투의 과정 중에서 사람은 사람에게 닳으면서 둥글게 된다고 덧붙였다.

“외로움도 착각입니다. 모든 섬이 물 밑에서 이어져 있듯 사람도 그물처럼 연결돼 있어요. 개인은 인간 대륙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보면 교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뿔피리 모양의 큰 조개를 들면서 홍 목사는 공명의 비밀을 소개했다. 바로 ‘비움’이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비워 있는 조개만이 울림을 만들 수 있어요.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비움의 길에서 모든 게 이뤄집니다. 과연 무엇을 향해 비울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편견과 오만 그리고 욕심, 자기 자신에게 감금된 삶을 바라보며 고뇌해야죠.”

사람은 자기 인생의 암호를 풀어가야 한다고 홍 목사는 당부했다. 자기 안에 숨겨진 비밀 코드를 계속 해독해 가려는 여정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2-12

미주한국일보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sort

선데이 크리스천 탈피 “일터에서 신앙 실천”

  • host
  • Feb 14, 2019
  • Views 13611

퍼시픽양로보건센터에서 프린세스 네일샵 직원들이 노인들의 손톱을 치장하고 있다. 사랑이 ‘명사’가 아니고 ‘동사’이듯, 믿음도 추상적 사고가 아니라 실제적 행위가 돼야 한다. 신앙이 생각에만 머문다면 누구도 그리스도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교회에는 ...

십자가 철거..중국의 교회탄압

  • host
  • Jun 13, 2019
  • Views 10035

최근 중국 교회에서 십자가가 철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교회에 시진핑 주석 사진을 걸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합> 중국이 교회 십자가를 철거하는 등 날로 종교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종교를 ‘마약’으로 여기는 공산당 특유의 적대감이 개방의 필요성...

분홍색 셔츠는 NO..교인들 억지 백태

  • host
  • Jun 13, 2019
  • Views 3755

일부 교인의 목회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비난은 교회를 병들게 한다. <연합> 목회는 목사에게 영광의 길이지만 동시에 가시밭길인 것도 사실이다. 목회자를 놓고 모욕적인 언행을 어렵지 않게 퍼붓는 교인도 있다. 목사는 무슨 말을 해도 참아야 한다는 이기적 ...

목사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 host
  • Jun 13, 2019
  • Views 2664

교인의 성원과 지지는 목회자를 격려하는 강력한 힘이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총격 사건이 일어난 임마누엘AME교회의 예배 모습. [AP] 남가주 지역에서 목회하던 젊은 목사의 자살 사건에 주류 교계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이와 함께 목회 환경을 둘러싼 교...

기도시간 계속 줄어들고 있다

  • host
  • Nov 27, 2018
  • Views 2088

현대인의 신앙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은 바로 ‘바빠야 한다’는 착각이다. 돈을 벌어 생존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도록 구조적 덫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자기개발과 여가를 즐겨야 한다는 강박까지 더하면 신앙을 위해 쪼갤 여지는 더...

김동호 목사 "세상 모든 일에 소명...모두 성직자죠"

  • host
  • Oct 04, 2018
  • Views 1650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결단인가. 포기하고, 줄이고, 낮아진다는 것은 천길 벼랑 끝에서 허공에 발을 내딛는 모험이다. 그래서 믿음이다. 참으로 믿는 자 만이 절대적 힘과 사랑에 의지해 손을 놓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또한 보호와 ...

마펫 선교사 묘지 처음 발견…교회사적 기념

  • host
  • Oct 04, 2018
  • Views 1540

한 세기 전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연 사무엘 마펫 선교사가 말년 남가주에서 여생을 보내다 샌타바버러 인근 공원 묘지에 묻힌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마펫 선교사의 마지막 삶과 묘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알려지지 않아 한국 기독교사에도 기록...

교회헌금 줄었다…십일조 25%

  • host
  • Nov 27, 2018
  • Views 1442

오늘날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을 가장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으로 ‘돈’을 들 수 있다. 성도가 교회와 세상의 삶을 따로 사는 원인 중에도 소위 ‘물질’로 표현하는 돈 문제가 사실상 우선적으로 꼽힌다. 교회의 헌금은 이런 신앙적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되는...

남태평양 섬, 은퇴 후 중단기 선교 최적

  • host
  • Feb 14, 2019
  • Views 1311

지구를 구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기 직전 하나님은 의인 열 명만 있으면 멸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지금 세상 곳곳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이루는 도구가 되면서 이 땅의 축복을 지키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이들의 눈길은 ...

교회 절반 “출석교인 50명 안 된다”

  • host
  • Nov 06, 2018
  • Views 1267

이민교회의 절반 정도는 출석 교인이 50명 미만이고, 목사와 교인 간의 갈등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형 교회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목회와 사역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크리스찬...

“종교가 대중문화처럼 세속화… 빛 잃은 탓”

  • host
  • Nov 27, 2018
  • Views 1202

종교는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디지털 혁명의 물결 속에서 인류는 어느 때보다 혼돈과 불확실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종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가 급감한 불교는 물론 가톨릭과 심지어...

'순수와 열정의 열매 '오페라캘리포니아 소년소녀합창단

  • host
  • Mar 28, 2019
  • Views 1011

‘큰 그림’과 ‘디테일’은 서로 통한다. 동력을 주고 받으며 씨줄과 낱줄로 엉키면서 작품을 이뤄낸다. 창조주의 눈길과 손길도 다름이 없다. 영원을 향하지만 오늘이 갖는 가치의 무게도 동일하다. 오페라캘리포니아 소년소녀합창단(OCYC)은 올해 창단 27주년...

"목사님은 검도 8단" 신앙을 닦는다

  • host
  • Jun 13, 2019
  • Views 765

연검제 도장 관장 김영복 목사(오른쪽)가 송은익 목사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검(劍)은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칼자루를 쥔 마음에 달려 있다. 당연히 모든 책임과 영욕도 검을 휘두른 자의 몫이다. 세상 만물이 마찬가지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도 핸들...

기도로 움직인 선교선 '둘로스 호'

  • host
  • Oct 04, 2018
  • Views 744

기사입력 2007/11/27 11:11 한국 인천항에 정박한 둘로스호 선교사들이 한국인 가정의 초청을 받아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OM 선교선 둘로스 호가 '기도로 움직이는 배'라고 불리는 까닭에는 그 만큼 극적인 하나님의 손길이 생생히 나타나기 때문...

40년 한 교회...끈기로 일군 성공 목회

  • host
  • Dec 13, 2019
  • Views 743

끈기와 인내는 따로 뗄 수 없는 동반자다. 그리고 진정한 믿음이 맺어 내는 실속 가득 찬 열매다. 절대자와 자신의 관계성을 절감한 그리스도인은 의지할 대상을 알게 된다. 이런 신뢰가 상황을 뛰어 넘어 포기하지 않는 소망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궁극적 승...

목회 현장에 커지는 ‘여성 파워’… 편견은 여전

  • host
  • Feb 14, 2019
  • Views 707

여성 목회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목회 현장에도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다. 주류 교단에서는 이미 총회장 등 요직을 여성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 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막상 ...

음악, 문학, 연극 넘나드는 '문화 사역자'

  • host
  • Dec 13, 2019
  • Views 637

“배상환의 내면 세계에는 진실을 갈구하는 남다른 고독의 병이 있다. 그것은 감수성에 의한 외로움이라기보다는 고향을 떠난 순례자의 차원 높은 향수일 것이다. 세계적인 도시 라스베가스의 현인 배상환은 꿈꾸는 사람이다. 그는 시인의 정신적 고뇌를 생각...

인생의 십일조 실천, 오지 섬기는 치과의사

  • host
  • Jun 13, 2019
  • Views 611

김범수 장로가 아프리카 오지 마을의 어린이들을 끌어안고 있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해 변변치 않은 도로를 10시간 동안 달려 가야 합니다. 조그만 시내에서 트럭으로 갈아타고 다시 6시간을 갑니다. 이 길은 딱히 도로라 할...

'바다에 떠다니는 UN' 둘로스호 단장 최종상

  • host
  • Oct 04, 2018
  • Views 581

선원엔 변호사·CEO 등 쟁쟁, 명예·부 포기하고 승선지원 '이민 경험 많은 한인 동참을' 기사입력 2007/11/27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선교단체 OM선교회 선박 둘로스 호에는 '바다에 떠다니는 UN'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복음...

“지구의 그늘에...” 오지 전문 박태수 선교사

  • host
  • Mar 28, 2019
  • Views 564

“공항에서 9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도시에 도착해 다시 차를 대절하고 들어가야 하는 선교지 마을입니다. 동역하던 현지인 사역자가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갔습니다. 두 번째 구속돼 3년 반을 감옥에서 지내고 나왔는데 이미 시체나 다름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