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칼럼

이별은 끝이 아니다

Views 980 Votes 0 2018.05.12 14:50:18

11703122_10153471980695747_5299609702001543075_n.jpg



뉴욕에서는 현대미술관(MoMA)을 반드시 가봐야 한다. 뉴욕 일대에 살거나 방문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MoMA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트니 미술이니 ‘그딴 것’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생에 꽃 한 송이 품는 마음으로 꼭 한번 둘러봐야 한다. 뉴욕에서만 가능한 사치이기 때문이다.

현대 인간이 빚어낸 물질 이상의 세계가 그곳에 응집돼 있다. 매일 눈에 보이는 세상만 전부가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가슴 속 서랍에 넣어준다. 그도 저도 다 싫으면 그저 잠시 미술관 계단 앞에 앉아있기라도 해보라. 뉴욕 땅에 발을 디뎠으니 본전이라도 건지는 심정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라. 그 순간만큼 자신과 친해지는 때를 찾기 쉽지 않으리.
지난 2010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라는 행위예술가가 MoMA에서 ‘예술가가 여기 있다’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평론가들이 뉴밀레니엄을 대표하는 작품에 선정할 정도로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마리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미술관 문을 여는 내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관객과 마주 앉아 눈으로 소통했다. 퍼포먼스는 총 736시간 동안 이어졌고 이 시간 MoMA를 찾은 사람은 850만명이었다. 뉴욕 시민의 수보다 많은 수치였다.
관객은 긴 줄을 이루며 차례차례 마리나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서로를 응시하다 자리를 떴다. 그러다 백발의 한 남자가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마리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규칙을 깨고 그 남자에게 손을 내밀어 꼭 잡았다. 놀라움 속에 숨이 막힐 듯 한 정적이 공간을 채웠다. 마리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관객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1분 뒤 남자는 머뭇거림 없이 일어섰다. 감정을 추스른 마리나도 눈물을 닦고 다시 관객과 눈을 맞췄다.
남자의 이름은 우베 라이지펜, 독일 출신의 예술가로 ‘울라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는 유고 태생인 마리나와 1970년대말부터 10년 동안 함께 작품 활동을 벌였다.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1988년 헤어졌다. 마리나와 울라이는 각자 중국 만리장성의 양쪽 끝에서 출발한 뒤 고생 끝에 중간에서 만나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이들의 이별 의식이자 사랑의 퍼포먼스였다. 두 사람은 20년도 더 흐른 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만나 1분간의 해후를 가졌다. 그리고 다시 이별했다. 퍼포먼스가 현실이 되고 인생이 예술이 됐다.

11703122_10153471980695747_5299609702001543075_n.jpg

예술가 여덟 명을 인터뷰한 책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에 담긴 내용을 보다 뜬금없이 기억 저편에 깊숙이 잠긴 장면이 떠올랐다. 오래 전 일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장을 마치고 남가주로 내려오던 길이었다. 101번 프리웨이를 탔다. 샌프란시스코로 가던 때처럼 5번 프리웨이를 타면 빠르고 편했지만 오던 길로 가고 싶지 않았다.

101번 프리웨이는 역시 볼 게 많았다. 드넓은 농장이 펼쳐졌고 바다를 끼고 달리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농촌 마을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시간이 예상보다 무척 더 걸렸다. 프리웨이는 어느새 끝이 나고 조그만 마을을 지나치며 종종 신호등 앞에서 정지해야 하는 하이웨이로 변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먹을 데가 없었다. 흔한 패스트푸드 체인점 하나 눈에 띠지 않았다. 5번 프리웨이는 일정 구간이 지나면 주유소와 식당이 들어선 상가가 어김없이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101번 하이웨이를 한참을 달려도 낯선 여행객이 주린 배를 채울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식당을 포기하고 마켓이라도 나오길 기다리며 운전했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산자락까지 양옆으로 평원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뭔가를 심은 밭이 그 넓은 대지를 산자락까지 채우고 있었다. 어느새 여름의 긴 햇볕도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목까지 말랐다.
그때 ‘마켓(Market)’ 사인을 지나쳤다. 도로 옆으로 집들이 몇 채 들어섰고 그 중 한 건물에 페인트로 쓰여 있었다. 그나마도 바람과 먼지, 태양의 열기에 긁혀 색깔이 희미하게 바래 있었다. 낯선 지방에서 초라해 보이는 그곳에 들어가도 될까? 잠시 머뭇거렸다. 미국에 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을 때였다. 호기심만큼이나 두려움도 컸던 시절이다.
마켓 안은 예상 밖으로 넓고 천정도 높았다.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종업원도 보이지 않았다. 안쪽 끝까지 들어가자 다행히 샌드위치를 만드는 델리 코너가 보였다. ‘먹을거리가 있구나’ 안도할 즈음 주인이 나왔다. 동양 사람이었다. 인적 자체가 드문 외진 농촌에 웬 동양인인가? 서로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우리는 서로 순식간에 알아챘다. ‘한국 사람이구나.’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말을 안 할 수 없었다. 얼마 만에 만나는 한국인인가. “손님들은 거의 히스패닉 노동자들이에요. 한국 사람은 없어요. 저 산 너머 한국 분이 있는데 서로 일을 하니까 만날 수가 없죠. 차로 한참 와야 하는데 무슨 일이 생겨야 오가는 거죠.” 그는 친척이 있으며 공군기지 근처에 모여 산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타고 대여섯 시간은 족히 가야하는 거리였다. ‘몇 년 죽어라 돈 모아서 이사 갈 거’라고 했다. 그게 그의 꿈이고 목표였다.
그날의 샌드위치를 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좋은 곳, 비싼 데서, 별의별 샌드위치를 먹어 봤지만 그가 만들어 준 작품만한 것은 없었다. 모든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어서, 할 수 있는 모든 실력을 부어서, 가능한 최고의 샌드위치를 그는 만들어 줬다. 봉지에 음료수 몇 병과 과자 봉지들도 넣었다. 그리고 끝내 돈을 받지 않았다. 그저 ‘시간나면 한번 들르라’는 말만 두어 번 했다.
운전을 하며 밤길을 내려오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의 나라까지 와서 힘들게 살아야 하나.’ 그런 한탄을 한 것 같다. 처음 본 사람과 잠깐의 만남 뒤, 그리 슬플 리 없건만 눈물 나는 이별이었다. 주방에 남은 그의 가슴에는 고향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을까. 그에게 남겨진 이별의 무게는 분명 나의 것보다 몇 배 더했을 것이다. 도마를 닦는 그의 팔 등에 눈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마치 눈으로 본 것만 같았다.
세월은 패스트 포워딩한 것처럼 쏜살같이 흘렀다. 간다, 간다, 하면서 다시 그 마켓을 찾아가지 못했다. 지금은 어디쯤인지 짐작도 못한다. 가본들 그가 있을 리 없고, 에어컨이 추울 정도로 나오는 각가지 식당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가까이 오가며 함께 먹고, 말하고, 살도 맞대며 지내고 있으리라. 황량한 마켓 주방 안 저쪽에서 외롭게 걸어 나오던 모습은 막연하고 얼굴도 그릴 수 없지만, 그는 이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미국 네브라스카주에 사는 올리비아는 세 살 난 예쁜 여자아이다. 갖 태어난 아기가 세 살이 되면 재롱은 상상을 초월한다.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재잘거리며 품에 파고들어 매달리는 어린 딸은 인생에 일정 기간 허락된 지극한 기쁨이다. 순진하고 깨끗한 눈망울에 호기심을 가득 품고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 올리비아는 2015년 5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DIPG라는 이 뇌종양은 어린이들만 걸리고 생존율이 0%다. 발병 후 몇 달 안에 죽는 치명적인 뇌암이다.
어느 부모가 갑자기 세 살짜리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제정신으로 지켜 볼 수 있을까. 올리비아 엄마는 이메일을 썼다. 펜실베이니어주 피츠버그에 사는 루카스의 엄마에게 보낸 편지다. 두 살 난 남자아이 루카스는 선천적으로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었다. 배가 부풀어 오르고 간을 이식받지 못하면 얼마 못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비슷한 또래의 간을 이식받아야하고 무엇보다 체질이 맞아야 했다. 간이식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루카스에게 이식하는 조건이 맞는다면, 내 딸이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간 이식을 해주겠다.’ 올리비아 엄마가 루카스 엄마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작은 멍만 들어도 가슴이 시리고, 무릎이 까져 피만 조금 나도 자책감이 밀려드는 게 부모의 심정이다. 세 살 난 자식의 간을 내주겠다고 메일을 쓰기까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인들 오죽했겠는가.
루카스의 사연을 SNS를 통해 접한 한 네티즌이 올리비아 엄마의 페이스북을 본 게 기적의 시작이었다.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 올리비아 엄마에게 루카스의 처지를 전해주면서 ‘올리비아의 병이 너무 안타깝지만 딸이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메일을 보냈다. 올리비아의 엄마는 직접 루카스의 엄마에게 메일을 보내 간 이식을 약속했다. 하지만 어린 딸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애타게 고대하는 희망이 된 셈이었다.
올리비아는 6월30일 숨을 거뒀다. 지구에서 겨우 3년을 보낸 올리비아는 두 살짜리 루카스에게 간을, 짧은 창자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던 네 살 난 안젤로에게는 창자를, 다른 두 어린이에게는 심장과 각막을 선물하고 천국으로 떠났다.
소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죽음이 끝이라고 여기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이 땅 위의 삶이 가진 의미를 모르고선 할 수 없는 희생이다. 올리비아 부모는 사랑하는 어린 딸의 생명의 가치를 지순한 높은 수준으로 올려주었다. 육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한창이던 7월4일 ABC방송은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올리비아의 스토리를 전했다. 올리비아의 엄마 로레사 스웨드버그는 딸이 다른 아이들을 돕게 된 걸 알고 평안을 찾는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훌륭한 어린 딸이었어요. 미치도록 그리울 거예요. 하지만 저에게는 거듭난 믿음이 있어요. 이번에도 하나님의 손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애원하며 기도하는 가족들에게 올리비아가 어떤 기적이 되는지를 뻔히 알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소망이 없는 이별은 절망이다. 그러나 소망이 살아 있는 한 이별은 끝이 아니다. 영원한 생명을 무시한다면 이별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사람이 물과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면 인생은 얼마나 초라한가. 고난은 뭐 하러 견뎌내며 희망은 가져 무엇 하나. 사랑도, 그리움도, 희생과 헌신도, 심지어 외로움과 두려움도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 그 모두가 그저 화학적 반응 뿐이라면 부모, 배우자와 자녀, 친구, 연인, 이 모든 이는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인간의 궁극적 이별은 죽음이다. 그러나 생명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기에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 된다. 소망을 간직하는 믿음만이 이별에 담긴 비밀을 풀어준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코로나가 '박수근 빨래터'로 내몰다

  • Jun 04, 2020
  • Views 3118

 화가 박수근은 국민화가라는 칭호가 이름 앞에 따라 다닙니다. 박수근이 그린 ‘빨래터’라는 그림은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을 기록했을 정도죠. 홍콩 경매시장에서도 2019년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이 23억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1964년 작고한 박수...

진흙탕 건너 '나에게 열리는 문'

  • Feb 27, 2020
  • Views 884

가까이 다가 온 그 신사를 보니 한눈에도 ‘부티’가 물씬 풍겼다. 금발 머리를 단정하게 빚고 양복 정장을 세련되게 차려입은 멋쟁이였다. 외투도 입지 않고 나온 걸 보니 근처에 가는 참이었나보다. 토론토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로저스센터는 인적이 드물었다...

피지軍 장교 된 한인 ‘여리고성 돌기’ 여정

  • Jul 03, 2019
  • Views 1218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김동 ‘수도관’은 워싱턴DC에서 쉐비체이스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메트로 역 주변으로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간다. 워싱턴 대성당도 멀지 않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급 주택이 즐비하다. 영국 대사관이나 부...

군산 터널 끝에서 만나는 윤동주

  • Jun 14, 2019
  • Views 17809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해망굴은 깨끗하고 환해졌다. 바깥 축대도, 안쪽 천정과 바닥도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그리고 여느 조그만 터널과 다름이 없어졌다. 좋은 일이지만 섭섭한 변화다. 1926년 개통된 연륜은 안내문이 아니라면 찾아보기 ...

‘무교동 연가’와 대전 국밥집 [2]

  • Mar 20, 2019
  • Views 1320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청진동에는 ‘한때’ 선지해장국집이 있었다. 유치원부터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그 앞을 오갔다. 어른을 따라 국물을 떠마시며 해장국 입맛에 길이 들었다. 머리가 큰 다음에는 혼자서도 안으로 들어갔다. ...

비밀의 씨앗 ‘게이쿄’ & 도쿄 '다방'

  • Oct 30, 2018
  • Views 12496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일본 도쿄대학 근처에서 오래 된 커피숍을 들른 적이 있다. 도쿄대학은 시내 여러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지만 혼고캠퍼스가 가장 오래 된 곳이다. 도쿄대학의 옛 정문으로 유명한 ‘아카몬’(붉은 문) 역시 이곳에 있다....

비 속의 파리, 시애틀 그리고 시나이 반도

  • May 30, 2018
  • Views 988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비 속의 파리, 시애틀 그리고 시나이 반도 구스타브 카유보트가 그린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은 아주 큰 그림이다. 어느 날 신문에 실린 사진에 훅 끌렸다. 그림 속에서 비 오는 19세기 파리의 거리를 신사숙녀가 우...

LA 장례식, 부여 야학당

  • May 14, 2018
  • Views 1016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부여는 꿈꾸는 도시같다. 백제의 고도여서가 아니다. 부여군 읍내의 소박한 로타리에는 동상이 서 있고 딱 적당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시끄럽지도, 적막하지도 않다. 게다가 백마강이 말없이 들어왔다 흘러 나간다....

"젊을 때 싸우지 않아서 다행" 노인들 합창

  • May 14, 2018
  • Views 825

모두 걱정과 두려움이 끝이 없다. 하다 못해 서너 살 짜리 아이도 한숨을 내쉰다. 슬슬 긴장의 끈을 놓아야 할 노인까지 신경이 바짝 예민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근심이 없으면 인생을 아무렇게나 사는 것같은 요상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럴 필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May 14, 2018
  • Views 826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혹해 진다. 다른 사람을 겨냥하던 화살이 갑자기 자신을 향하면 화들짝 놀란다. ‘정말 어떻게 해야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짬이 없다. 그런데 바로 이 ...

등대를 찾아서...

  • May 14, 2018
  • Views 1150

https://www.facebook.com/john.yoo.3760 추억 속에 펼쳐지는 장면이 그리울 때가 있다. 고향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은 더욱 진한 색채를 띠고 다가온다. 마치 거리 탓인 양 시간의 차이는 애써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게 제자리...

포기해야 할 순간들

  • May 14, 2018
  • Views 933

친구가 별로 없다. 잘못 산 탓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지만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덕분에 이제 와 뒤돌아보면 친구를 건지지 못한 이유가 영화 장면처럼 인생 곳곳에서 잡힌다. 그래도 친구라고 생각해 주는 ‘친구’가 있다면 가슴 저리게 감사...

오! 솔레미요~~샌타바바라

  • May 14, 2018
  • Views 656

로스앤젤레스에서 태평양을 따라 북향으로 달리다보면 산타바바라를 만난다. 남가주의 북단 끝이다. 하지만 산타바바라는 이국적이다. 분명 남가주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지만 공기와 땅 그리고 기온마저 확연히 다른 정취를 품고 있다. LA 일대가 햇빛에 이글...

이별은 끝이 아니다

  • May 12, 2018
  • Views 980

뉴욕에서는 현대미술관(MoMA)을 반드시 가봐야 한다. 뉴욕 일대에 살거나 방문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MoMA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트니 미술이니 ‘그딴 것’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생에 꽃 한 송이 품는 마음으로 꼭 한번 둘러봐...

샌타바바라의 젊은 영혼들

  • May 12, 2018
  • Views 549

UC샌타바바라 캠퍼스에 들어설 즈음 마침 관광버스 한 대를 만났다. 여름방학이 한창인데 대학교를 찾아올 관광버스라면 우리 일행 말고 누가 있으랴. 넓은 교정에서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이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버스를 열심히 쫒아갔다. 바램대로 버스는 ...

인생의 선물 같은 순간

  • May 12, 2018
  • Views 634

선물 같은 순간이 있다. 감히 바라지도 못하고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가슴이 가득 차는 때가 있다. 인생의 길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운 충돌이다. 피곤을 달래주고 지나 온 여정에 의미를 얹어주는 축복이다. 서울 북촌이 인기다. 이제는 서촌까지 발길이 ...

빠삐용은 시간을 낭비했다

  • May 12, 2018
  • Views 1145

‘빠삐용’은 포주를 죽이지 않았다. 교육자인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채 사창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건달이었지만 사람의 목숨을 뺏은 적은 없다. 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받았지만 사실 무죄였다. 야심과 오만으로 가득 찬 법정은 스물다섯 살 청년의 진실과 ...

매일이 성탄절인 세계 [1]

  • May 12, 2018
  • Views 612

미국 남가주 일대를 커버하는 주파수가 103.5인 FM 라디오 방송이 있다. 음악만을 24시간 보내주는데 DJ들이 늘 ‘103.5’를 강조해 청취자 사이에선 방송국 이름이 돼 버렸다. 103.5 FM은 12월이 되면 하루 종일 성탄절 캐럴만 들려준다. 한해가 저물 때까지 줄...

부패관리 해부한 '캄비세스 왕의 재판'

  • May 12, 2018
  • Views 948

'나의 서양 미술 순례’를 다시 읽고 있다. 일본 도쿄게이자이대학교 법학부 서경식 교수가 약관 30대에 쓴 책이다. 재일동포 2세인 서 교수는 문명의 흔적을 더듬는 단서를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베스트셀러 저서들과 칼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글을 ...

'여성의 시장'에 투자하라

  • May 03, 2018
  • Views 593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접경한 긴장 지역에 있지만 중동 국가 중에는 가장 개방된 나라다. 수도 암만의 올드시티에는 로마시대 원형 극장과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전통 시장과 오래 된 점포들이 굽이굽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신도시 쪽으로 가면 현대식 쇼핑...